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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들」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피고인 정요섭 사형, 장진석 사형, 김동술 사형….』
법정안은 숨소리마저 멎었다.
납빛얼굴에 수의목언저리까지 땀에 밴 피고인들도 그자리에 얼어붙은 자세.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피고인들에 대해 재판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신성한 사법제도를 모독하는 것일뿐이라는 생각마저 금할수 없다.』 검사의 준엄한 논고에 이은 구형이 끝났다.
피고인 최후진술.
『지난날 법의 존엄을 모르고 엄청난 죄를 짓고만 나의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던 정요섭피고인은 『그러나 철모르는 후배들에게는 관용을 베풀어달라』며 말을 맺었다.
뒤이어 장진석·김동술피고인의 『죄의 댓가를 받겠다』『사회에 물의를 끼쳐 미안하다』며 그래도 「침착하던」 「마지막 말」들은 박영쇄피고인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리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서두를 뗀 박피고인은 『우리가 범죄단체는 아니…』라는 대목에 이르러 끝내 목이 메고 말았다.
계속된 고금석·유원희피고인 등 역시 눈물의 참회.
검거당시, 또 조사를 받을때 「형님들과 놀던 시절이 참 좋았다」고 당당해하던 그들이었건만 이제 어느 누구에게서도 그런 모습은 찾을수 없었다.
5일 하오 5시15분 서진룸살룽 살인사건피고인 13명에 대한 결심공판이 끝났다.
법정밖에서는 범인의 가족인듯한 60대후반의 촌노가 손등으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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