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난전을 좋아하는 취향의 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기사 이미지

<32강전 2국>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1보(1~11)=이세돌의 32강전 더블일리미네이션 세 번째 대국. 첫 대국에서 이스라엘의 알리 자바린을 가볍게 누르고 두 번째 승자 대국에서 무난하게 16강전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중국의 신예 판윈뤄(1996년생, 2009년 입단)의 끈끈한 저항에 발목을 잡혔다. 사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세돌을 밀어내고 먼저 16강에 오른 판윈러는 커제의 급상승 이후 주목받고 있는 신예그룹에서 선두에 선 강호다. 복병답게 첫 대국에서 동급의 신예강자로 분류되는 랴오싱원을 꺾고 두 번째 대국에서 ‘천하의’ 이세돌을 넘어서면서 단숨에 세계 바둑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세돌과 맞선 랴오싱원은 중국 랭킹 28위. 2007년에 입단해 무명의 시절을 보내다가 3년 전부터 세계대회 본선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배, LG배, 바이링배 본선에 올랐고 2014년 삼성화재배 16강이 최고 기록이다.

이세돌은 변화를 좋아한다. 밋밋한 초반을 견디지 못하는 취향이라 그의 바둑은 초반부터 난전이 벌어지기 일쑤다. 좌하귀 5의 도전에 6으로 협공했을 때 ‘참고도’와 같은 정석 수순을 밟지 않고 선회한 우하귀 7이나, 8로 붙여 손을 뺀 대가를 요구할 때 다시 외면하고 좌상귀 9로 도전한 다음 우상귀 11로 굳히는 수법도 그런 취향의 발로다.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