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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마음가짐도, 김수현은 프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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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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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이 무난하게 프로볼러 1차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는 특별 회원 자격을 사양하고, 29일 열리는 2차 선발전에도 나선다. [수원=김진경 기자]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28)이 볼링공을 들고 레인에 섰다. 그는 15파운드(약 6.8㎏)짜리 볼링공을 사용하면서 잇따라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안정된 스텝과 깔끔한 스윙이 프로 볼링선수 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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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은 22일과 23일 경기도 수원·안양에서 열린 2016 한국 프로볼러 남자 22기 1차 선발전에서 30게임을 치러 평균 214.6점을 기록했다. 참가자 114명 중엔 31번째로 좋은 성적이었다. 당초 김수현은 한국프로볼링협회의 배려에 따라 특별 회원(프로)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볼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기준 기록(1차 선발전 평균 190점 이상)을 넘으면 정식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2014년엔 리듬체조 전 국가대표 신수지(25)가 프로볼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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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 강한 스핀을 넣는 김수현.

그러나 김수현은 볼링협회의 배려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리고 29일과 30일 열리는 2차 선발전에도 나가기로 했다. 일반인들과 똑같이 2차 선발전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2차 선발전에선 1차보다 높은 평균 200점 이상(30게임)을 기록해야 프로볼러 자격을 얻는다.

1차전 30게임 평균 214.6점 기록
가수 이홍기도 191점 합격점 받아
특별회원 프로볼러 자격 얻었지만
“특혜 필요없다” 2차전까지 도전
채연은 3.2점 모자라 아쉽게 실패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 관계자는 “김수현 씨는 프로볼러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남들과 똑같이 테스트에 임하기로 했다. 연예인이라고해서 특혜를 받지 않고, 일반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자력으로 프로볼러가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프로 테스트에 나선 김수현의 볼링 실력은 웬만한 프로볼러 못지 않았다. 푸른색 유니폼에 ‘수험번호 203번’을 등 뒤에 붙이고 나선 그는 신중한 모습으로 볼링공을 던졌다. 첫날인 22일엔 15게임 중 13게임에서 200점(300점 만점)을 넘겼다.

그는 첫 게임부터 5차례 연속 스트라이크를 기록했고, 두 번째 게임에선 참가자 중 가장 높은 278점을 기록했다. 둘째날인 23일 초반엔 160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6번째 게임부터 200점대를 회복하더니 9·10게임에선 8차례 연속 스트라이크를 성공시키며 246점, 268점을 기록했다. 이어 11게임(259점)에선 9연속 스트라이크를 기록하며 장내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틀 동안 15시간에 걸쳐 30게임을 치르는 강행군에도 그는 23게임에서 200점을 가뿐히 넘겼다.

지난 4월부터 김수현을 지도한 프로볼러 김현범(32) 씨는 “평소 실력 이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면서 “프로 선발전이었기에 긴장하기 마련인데도 김수현 씨는 즐기면서 볼링을 치더라.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면서 기복 없이 매우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경기위원장을 맡은 안효구 프로볼링협회 이사는 “기본기가 매우 안정돼 있다. 웬만한 프로 선수 못지않은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2013년 취미로 볼링을 시작한 김수현은 지난 4월 김현범·박경신(39) 씨 등 프로볼러의 지도를 받으며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날 때마다 볼링장에서 살았다. 한번 볼링장을 찾을 때 마다 5시간 이상 기술을 다듬었다. 김현범 씨는 “수현 씨는 볼링 연습을 많이 한 탓에 살이 찢어지고, 손에 굳은 살이 박힐 정도의 노력파”라며 “선발전이 열린 볼링장을 미리 찾아 적응 훈련까지 했다”고 귀띔했다.

김수현은 고난이도의 스핀 기술도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경기장 마다 다른 레인 패턴에도 재빨리 적응했고, 스트라이크를 치지 못해도 페이스를 잃지 않고 남은 핀을 깔끔하게 쓰러뜨리는 집중력도 뛰어났다. 김현범 씨는 “김수현의 스타일은 탄탄한 기본기 위에 고급스러움을 더한 정통파”라고 말했다. 박경신 씨는 “다리와 손발이 길어 볼링을 하기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해 기초 체력도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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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기(左), 채연(右). [안양=김경록 기자]

김수현과 함께 그룹 FT아일랜드의 멤버 이홍기(26)도 평균 191점을 기록해 가까스로 2차 선발전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여자가수 채연(38)은 평균 181.8점으로 여자부 기준 기록(185점 이상)을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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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이홍기(左), 여자부 선발전에 출전한 채연(右).

스포츠평론가 최동호 씨는 “여가선용을 위해 연예인들이 골프나 볼링 등의 스포츠에 도전하는 경우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유명 스타들의 가세로 해당 종목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과 다르게 스타들에게 혜택을 주는 부분은 공정성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리고 말했다.

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사진=김진경·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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