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왕실에 보낸 나주배 두알, 본격 수출 가능성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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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덴마크 한국 대사관이 2014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덴마크 왕실 등에 보낸 나주배 바구니. [사진 외교부]

나주배의 덴마크 수출 길에 청신호가 켜졌다. 2년여 전 배 두알로 시작한 ‘나주배 외교’의 성과다.

21일 주덴마크 한국 대사관과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 15~16일 덴마크 코펜하겐과 유틀란드 반도에 있는 해더슬레브시에서 열린 한국 농산물 홍보 행사에서 소개된 나주배가 덴마크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한국 주간(Korean Week)’에 맞춰 진행된 이번 행사를 위해 나주배 300상자가 항공편으로 공수됐다. 소비자들은 서양배에 비해 크고 당도가 높은 나주배를 접한 뒤 “즙이 많고 아삭아삭해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틀 만에 준비해둔 물량은 모두 소진됐다.

행사에는 강인규 나주시장과 마영삼 주덴마크 한국 대사가 참석해 직접 배를 깎아 한쪽한쪽 소비자들에게 나눠주며 시식을 권했다. 강 시장은 판촉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해더슬레브시와 경제협력과 교류 등 상호 우호증진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지난 15~16일 덴마크에서 열린 판촉행사에서 나주배를 선보인 강인규 나주시장(왼쪽)과 마영사 주덴마크 한국 대사. [사진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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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나주배의 수출 활로를 찾게 된 배경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덴마크 한국 대사관이 2014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덴마크 왕실에 나주배 두 알을 담은 선물 바구니를 보냈다.

나주배를 처음 맛본 덴마크 왕실 사람들은 “아이 머리만한 배가 정말 맛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당시 대사관은 왕실 뿐 아니라 총리실, 국회, 대법원과 다른 주덴마크 외교사절들에게도 배바구니를 보냈다. 역시 맛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나주배의 수출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나주배 외교’ 아이디어는 마영삼 주덴마크 대사가 낸 것이었다. 대사로 부임하기 전 마 대사는 외교부 본부에서 공공외교대사로 활동했다. 공공외교는 정치·경제력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외교와 달리 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통해 다른 나라 국민의 마음을 사는 외교다. 맛있는 한국 과일로 덴마크 국민이 한국에 호감을 갖게 하자는 생각도 그가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알기에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 대사는 “당시 호응에 힘입어 대사관이 직접 덴마크 시장을 조사하고 덴마크 과일수입업체를 발굴해 수입을 협의한 결과가 2년 만인 이제 나타난 것”이라며 “대사관은 앞으로도 배 수출이 늘어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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