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을 막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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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교 교실에 경찰관이 두 눈을 부릅뜨고 서 있는 광경을 한번 상상해 보자. 학생들은 그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답안지를 메우고 있는 광경도 마찬가지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더구나 그 결과를 가름하는 수험장에서 이런 일이 빚어진다면 도대체 교육의 뜻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먼 나라에나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질 현실이 되었다. 오는 20일 실시되는 87학년도 대입학력고사에서 수험생들의 커닝을 막는 이런 저런 궁리 끝에 문교부는 전국 6백여개의 고사장에 경찰관을 두명씩 배치하기로 했다.
물론 교실마다 경찰관이 입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교육현실에 우선 고소를 짓게 된다.
커닝 감시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2∼3인의 이동 순찰반을 편성하는가 하면, 복도 감독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학부형의 심정으로는 우리 집 아이의 성적을 도둑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크게 안도할지 모른다.
사실 커닝은 우스개 얘기로만 흘려 보낼 일이 아니다.
먼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운명을 판가름하는 시험장이라고 해도 눈치 빠른 요령이나 요행수가 각고의 노력이나 성실보다 더 높게 평가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시험은 단순히 종이장 위의 점수만을 따지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것이 있기까지의 과정까지도 함께 채점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이다.
정답 하나를 찾기까지에는 머리를 싸매고 수많은 밤을 밝히는 노력과 인내와 자기 연마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 휴지 한 장이라도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다. 하물며 배움의 길에는 끝도 없는 시간과 노력과 많은 사람의 정성과 본인의 고통스러운 희생이 따르는 것이다.
그것을 약삭빠른 눈치와 우격다짐과 때로는 겁주는 위협에 의해 도둑 맞는다는 것은 「교육」이라는 대의에도 어긋나며 사람의 도리로도 묵과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감독 교수에게까지도 암묵간에 협박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학교의 명성과 그 지역의 이름을 떨치기 위해 커닝이 묵인되는 사례도 없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어느 지역 학교의 성적이 높으면 그 지역의 교육 행정까지도 덩달아 높이평가 받는다는 관료적 사고방식이 작용함직도 하다. 우리는 그런 얘기들이 다만 진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문제는 커닝이 판을 치는 부도덕한 현실보다는 그런 현실을 몰아온 교육제도에 있다. 교육이 점수 만능에만 매달러 있는 한은 수험생과 감독자의 숨바꼭질을 막을 길이 없다. 눈이 열 개라도 도둑 하나 잡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하루 빨리 교육은 교육 그 자체의 목적에 합당하도록 교육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도 교육 개혁 심의희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연구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교육의 기능 아닌 교육의 철학에도 눈을 돌려서 사람의 됨됨이, 사람의 잠재력, 사람의 적성을 살려 주는 교육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만이 커닝을 없애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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