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의 실패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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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 마두라 유전은 현 단계에서 채점하면 에너지 정책의 대표적 실패작이다. 『유전에서는 실패했지만 가스전에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관계회사나 동자부에서는 말하고 있으나 마두라 유전의 일들을 상기하면 누가 믿겠는가.
자그마치 유전개발을 위해 우리측에서 들인 돈이 1억2천만달러도 넘고 그 중에서 9천만달러는 현 단계로는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9천만달러는 어디 적은 돈인가. 원화로 대충 8백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거금을 무모하게 바다 속에 처밀어 넣고 이제 와서 『경제성』 운운하며 관계당국이나 관계회사에서 한마디로 변명하고 있으니 기가 차다.
정부는 또 가스전 개발로 경제성이 있다는 미국 전문희사의 종합 평가 결과에 따라 유개공으로 하여금 사업에 참여시켜 1천4백53만 달러를 석유 사업 기금에서 추가 지원키로 했다. 유개공의 주도로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제1유전의 생산을 지속하고 가스전 3개공 시추 등을 한다는 것이다.
가스전 생산설비를 위해서는 코데코사와 합작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의 페르타미나가 8천3백43만 달러를 절반씩 부담키로 되어있으므로 유개공 참여 분까지 포함하면 우리측에서 더들일 금액은 5천6백여만 달러나 된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이 성공을 거두기를 빌지만 만일 실패하는 경우 손실이 그만큼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뿐만 아니라 어느 정책이고 간에 시행 착오는 있을 수 있다. 인간이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두라의 경우는 당초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마두라 유전 개발을 추진하는 장본인은 인도네시아 고위층과 잘 아는 사이라든가, 남방 개발에는 신통하다든가, 갖가지 억측과 소문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코데코 에너지사가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사와 마두라 유전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한 것은 81년1월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틀이 잡힌 시기는 아니었다. 79년 제2차 오일쇼크를 뼈아프게 체험한지 불과 2년 남짓된 시점이었기에 「기름」이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번쩍했고 더구나 『우리도 산유국이 될수 있다』는 선창에는 박수까지 터졌었다.
이번에 실패작으로 끝난 제1유전은 원래 지난 77년 어느 미국회사가 39개공이나 시추 끝에 4개공에서 유전을 발견했으나 경제성 때문에 개발가치가 없다고 철수한 곳이었다.
미국은 국내 부존 석유 자원이 많은 나라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 석유개발에는 언제나 열을 올리고 있다. 마두라 유전이 조금이라도 쓸만한 가치가 있었다면 손털고 나왔을리가 만무다.
코데코사의 참여 과정에서 동자부의 실무팀도 현지 조사 끝에 『경제성이 없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결국 남태평양에 플랫폼이 설치되었고 코데코사는 우리 나라에 산유국의 꿈을 실현시키는 개척자인양 부상했다.
동자부와 코데코사측은 앞으로 가스전을 개발하면 유전에서 못다 거둬들인 몫을 커버하고도 남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마두라 유전의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에너지정책에 관한 반성이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 이후 특히 유류 정책은 갈팡질팡 했다.
2차 쇼크 이후 우선 물량확보에 정신이 없다보니 수입선 다변화에 법석을 떨고 대기업들로 하여금 장기도입 계약을 체결토록 유도한 것이 좋은 예다. 그 결과 값싼 현물시장에서 구입하는 양보다 비싼 계약분이 월등히 많아 그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리고 마두라의 유전개발 참여 정책이 결정되기까지 관계부처는 얼마나 과학적이고 신중한 정책검토를 했느냐도 묻고 싶다.
유전개발 미 회수금 8백억원은 국민들 호주머니를 생각할 때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남의 돈 몇 천원을 홈쳐도 형사 처벌되는데 국민의 돈 8백억원을 헛되이 쓰고도 괜찮다면 형평의 문제가 된다.
정부는 아직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는데 만일 마두라 유전이 종합적으로 실패할 경우 책임질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책 결정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니 만큼 거슬러 올라가 관련 정부기관에 관한 것도 따질 것은 따져 공과를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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