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강남 배터리에 감전 당한 넥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LG 4 - 1 넥센

기사 이미지

LG가 16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투수 허프의 안정감 있는 투구와 유강남의 투런 홈런 등에 힘입어 넥센에 완승을 거뒀다. LG는 이날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LG의 승리를 이끈 허프가 3차전 MVP 유강남에게 물을 뿌리며 축하해주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LG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플레이오프(PO) 진출에 1승 만을 남겨뒀다.

허프, 7이닝 1실점 넥센 타선 막고
유강남, 결승 투런포로 승리 합작
LG 1승만 더하면 NC와 플레이오프

LG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5피안타·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허프와 4회말 결승 홈런을 터뜨린 유강남의 활약을 앞세워 4-1로 승리를 거두고 2승1패를 만들었다. 준PO 4차전은 17일 오후 6시30분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넥센은 스콧 맥그레거, LG는 류제국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허프는 최고 시속 151㎞의 빠른 직구와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4회 초까지 안타 2개 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2-0으로 앞선 5회 초 이택근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한 뒤 김지수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지만 추가점을 내주지 않았다. 허프는 2-1로 쫓긴 7회 초 1사 3루에서 이택근을 1루수 플라이, 김지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승리를 확신한 듯한 동작이었다. 7회 말 2점을 추가한 LG는 8회부터 정찬헌과 임정우가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좌완 허프는 LG의 후반기 반격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스콧 코프랜드의 대체 선수로 지난 7월14일 LG에 합류한 그는 메이저리그 120경기에 등판한 경력이 있다. 국내 여러 구단과 일본 구단까지 관심을 보였던 그를 영입하면서 LG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허프가 정규시즌의 절반만 뛰고도 7승(2패)을 올린 덕분에 LG는 후반기 37승1무26패를 기록하면서 8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날 허프의 호투를 도운 건 포수 유강남이었다. 허프는 8월2일 두산전부터 포스트시즌까지 10경기 연속 유강남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LG의 또 다른 포수 정상호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0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안정감 있는 리드를 하고 있는데도 유강남이 이날 마스크를 썼다.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 양상문 LG 감독은 정상호가 아닌 유강남을 선택한 것이다. “정규 시즌에서 허프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포수가 바로 유강남”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침착하게 허프의 호투를 이끈 유강남은 타석에서도 맹활약했다. 0-0으로 맞선 맞선 4회 말 2사 3루에서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의 시속 138㎞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결승타를 날린 유강남은 준PO 3차전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유강남은 “내가 선발로 나왔던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모두 졌기 때문에 오늘 마스크를 쓰기가 부담스러웠다. 넥센 타자들을 분석하느라 새벽 3시에 잠들었다”며 “타석에서는 ‘어차피 못 칠 텐데 후회 없이 방망이를 돌리자’는 마음으로 초구를 때렸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에서 15승(7패)을 기록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신재영은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1회 말을 삼자범퇴로 처리한 신재영은 2회부터 5회 2사에서 교체(6피안타 2실점)될 때까지 매 이닝 안타를 맞았다. 특히 4회 유강남에게 홈런을 내준 뒤 밸런스가 흔들렸다. LG는 2-1로 앞선 7회 말 넥센 불펜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선두타자 김용의가 좌전안타로 출루했고, 이천웅의 번트 타구를 잡은 넥센 포수 박동원이 1루에 악송구하면서 무사 2·3루를 만들었다. 박용택이 볼넷을 얻어 무사 만루가 되자 넥센 투수는 박주현에서 이보근으로 바뀌었다. 이어 오지환의 밀어내기 볼넷과 양석환의 내야안타로 LG는 2점을 추가했다. LG 타선은 선발 전원안타(포스트시즌 14호)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부터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2만5000장의 잠실구장 입장권은 모두 팔렸다. 지난해 10월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11경기 연속 매진 기록이다

양팀 감독의 말

기사 이미지

◆양상문 LG 감독

역시 선취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회 유강남이 홈런을 치면서 허프에게 여유를 만들어줬다. 그 홈런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들이 계속 긴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우리가 강팀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기사 이미지

◆염경엽 넥센 감독

승부처는 1-2로 뒤진 7회 초였다. 1사 3루에서 동점을 만들었다면 흐름을 우리 쪽을 가져올 수 있었다. 추가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흐름을 상대에게 넘겨줬다. 이런 게 승운이라고 생각한다. 총력전을 펼쳐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가겠다. 필승조도 모두 대기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