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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매장만 2000개로…동네빵집 ‘수출 산업’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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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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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왼쪽) SPC그룹 회장이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100호점이자 베트남 1호점인 호찌민시의 파리바게뜨 까오탕점을 방문해 매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SPC]

17일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이 설립 30년을 맞았다.

허영인 회장, 품질제일주의 원칙
미 제빵학교 유학 후 연구소 설립
가맹점마다 빵굽게 배합 반죽 공급
천연효모 빵 등 매달 신제품 선보여

허영인(68) SPC그룹 회장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가맹 사업을 본격화해 2030년까지 두 나라에서만 2000여 개 매장을 개장하는 등 총 3000여 개의 해외 매장을 새로 열겠다”고 했다. 고급화된 국내 제빵산업을 세계화해 대표적인 내수산업인 제과제빵을 수출 산업으로 확실히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로 진출했다. 이듬해 미국에 이어 2012년엔 베트남, 싱가포르에도 한국 빵 맛을 선보였다. 2014년엔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열어 “세계 최대 제빵국가인 프랑스에 빵 가게를 열겠다”는 허 회장의 다짐이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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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의 핵심인 파리크라상은 허창성 선대회장이 만든 삼립식품과 샤니와 달리 1986년 당시 38살이던 허영인 회장이 창업한 기업이다. 제2의 창업을 한 것이다. 빵 종주국인 프랑스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인 크로와상과 바게뜨를 각각 직영점과 가맹점 브랜드로 사용했다. 당시 뉴욕제과·독일빵집·고려당에 익숙하던 우리 국민에게 낯선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하루 400만 개 이상을 소비하는 ‘국민빵집’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대 회장이 가내 수공업 수준의 제빵업을 산업의 반열에 올렸다면 허 회장은 제빵 산업을 가맹 산업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파리크라상은 베이커리 시장의 후발 주자임에도 97년 이후 줄곧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가 허 회장의 ‘품질제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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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회장은 81년 MBA가 아닌 미국 제과제빵학교(AIB)에 유학했다. 파리크라상 설립 이후 곧장 식품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유학 당시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2012년엔 그룹 계열사의 연구개발 조직을 통합한 이노베이션 랩을 출범시키고 매년 5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랩에선 매월 40여 가지의 빵을 내놓고 각종 테스트를 통해 20가지 정도의 신제품을 매달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2013년엔 식빵에 필수로 여겼던 설탕을 뺀 무설탕 식빵을 선보였고, 10개월을 매달려 바삭한 껍질의 프랑스 빵을 구현해 내기도 했다.

올해는 서울대학교와 11년간의 공동연구로 누룩에서 발굴한 토종 천연효모(SPC-SNU 70-1)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해 50일 만에 1000만 개를 파는 기록을 세웠다.

맛과 품질이 매출로 이어진 건 2000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베이크오프 시스템(Bake-off)’이 역할을 했다. 이는 원료가 배합된 반죽을 가맹점에 공급해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울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빵의 신선도가 높아지면서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로 연결됐다.

점포의 판매·생산·재고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POS시스템, 가맹본부의 업무를 유기적으로 전산화할 수 있는 ERP시스템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창업이 쉬워지면서 2000년 초반엔 해마다 매장이 30%씩 증가했고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004년엔 하루 415만 개의 빵을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빵공장을 경기도 평택에 지었다. 파리바게뜨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한 달간 매일 신제품 한가지를 출시하고 매일 선착순 3만 명에게 제품을 30% 할인해 판매한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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