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 日 야구 히로시마를 일본시리즈에 올려놓은 힘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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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거액 연봉 제안을 뿌리치고 친정팀으로 복귀한 41세의 노장 투수 구로다 히로키(왼쪽)와 히로시마 카프의 홈구장(오른쪽) [중앙포토]

‘만년 꼴찌’의 돌풍이 끝까지 이어질까.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25년만에 마지막 승부처에 올랐다.

히로시마는 15일 열린 2016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FS)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의 경기에서 8대 7로 승리하며 종합전적 4승 1패로 일본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1991년 이후 25년만이다.

모기업 없이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는 히로시마는 넉넉하지 않은 재정탓에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6개팀이 속한 센트럴리그에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5시즌동안 4~6위에 머물렀다.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줄 수 없어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보통 다른 팀으로 떠났다. 1984년 이후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는데다 일본 야구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돈 없는 구단’의 설움이라는게 야구계의 평가다.

그러나 만년 꼴찌팀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꼴찌를 사랑하는 팬들과 그런 팬들을 잊지 않은 노장 투수 ‘구로다 히로키’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41세인 구로다는 1997년 히로시마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1년 동안 히로시마에서만 뛰며 103승 89패, 방어율 3.69를 기록하며 팀의 기둥으로 자리잡았다.

구로다가 FA 자격을 얻은 2006년, 팬들은 그가 팀을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는 그대와 함께 싸워왔다. 그대의 눈물이 되어주리“라는 작별 인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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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시즌 구로다가 등판한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이 걸어놓은 대형 플래카드. "우리는 함께 싸워왔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미래에 빛나는 그 날까지 그대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대의 눈물이 되어주리. 카프의 에이스 구로다 히로키"라고 적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팬들이 선사한 감동적인 인사에 구로다는 1년 더 히로시마에서 뛴 후 ”꼭 돌아오겠다“며 2008년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구로다는 7년 동안 79승 79패를 거두며 메이저리그 안착에 성공했다.

FA 자격을 갖춘 그에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연봉 1800만달러(약 200억원)의 거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로다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4억엔(약 43억원)에 친청팀 히로시마와 계약했다. ”히로시마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히로시마로 돌아온 후 2년 째인 올해 그는 시즌 9승(8패)를 거두며 노장과 신예의 조화를 앞세운 ‘히로시마 돌풍’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0일 도쿄돔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꺾고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승리 투수가 된것도 그다.

돌아온 ‘카프맨’ 구로다가 일본시리즈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야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히로시마는 소프트뱅크 호크스-닛폰햄 파이터즈의 승자와 7전 4선승제의 일본시리즈에서 맞붙는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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