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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의 항공우주산업 大戰] 中·日은 날고, 한국은 활주로에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한·중·일 ‘경제 전쟁’의 판이 확대되고 있다. 조선·철강·석유화학·반도체에 이어 항공우주산업이 새로운 전쟁터다. 일-한, 한-중의 산업별 기술 격차는 평균 1.3∼1.4년 정도지만 항공산업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최첨단 과학기술이 융·복합된 미래 산업이다. 전기·전자, IT, 소프트웨어 등 최첨단 과학기술의 융·복합 종합산업이다. 지식·노동집약 산업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항공우주산업의 새로운 격전지인 드론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함께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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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2000년대 들어 보잉·에어버스 등 세계적 항공기 제작사의 항공기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해 설계·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항공기를 중정비하는 모습. [사진 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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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2월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항공기는 일본 미쓰비시의 MRJ와 중국상용항공기그룹(COMAC, 코맥)의 ARJ21·C919였다. 미쓰비시는 에어쇼 개막 당일 미국 항공기 임대 업체 에어로리스에 MRJ 20대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MRJ는 일본의 첨단 기술력을 결집해 만든 일본 최초의 제트 여객기로, 지난해 11월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에어쇼 이전에 이미 전일본공수(ANA)와 미국 항공사 등으로부터 407대를 주문받았다. 납품은 양산 체제를 갖추는 2018년부터 이뤄진다.

조선·반도체·자동차에 이은 미래 유망산업 … 정부 뒷받침, R&D 투자, 인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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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인공 코맥은 에어쇼 전시장 한가운데에 미쓰비시보다 2배나 큰 전시공간을 확보했다. 전시장에는 거대한 ARJ21 모형기 3대와 C919 모형기 1대를 설치했다. 에어쇼 개막 직후 코맥은 타이 항공사, 이란과 콩고공화국 정부로부터 ARJ21을 주문받았다. 정확한 수주 내역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에어쇼 개막 전 코맥은 310대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에서 보잉과 에어버스, 중소형에서 브라질의 엠브라이어와 캐나다의 롬바디아가 장악한 세계 항공기 시장에 일본 미쓰비시와 중국 코맥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2. 지난 9월 13일 대한항공은 부산 대저동 소재 테크센터에서 에어버스 A330 네오 샤크렛(A330neo Sharklet) 1호기 납품 기념행사를 가졌다. A330 네오 항공기는 A330 항공기의 성능 개량형 모델로, 기존 항공기 대비 높은 연료 효율성과 개선된 항속 거리(약 1만3900㎞), 소음을 최소화한 친환경 항공기이다. 대한항공이 개발 완료한 샤크렛은 폭 2m, 길이 4m 크기의 첨단 복합소재 구조물로, 날개 끝 부위의 공기 저항을 감소시켜 기존 항공기 대비 연료 효율성을 4% 높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에어버스사와 공동 개발에 착수해 단기간에 A330 네오 샤크렛의 개발을 마치고 양산 체제로 돌입했다.

항공산업에서도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고

한국과 일본, 중국은 동북아라는 지역 특성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자가 된 지 오래다. 조선과 자동차에 이어 종합제철과 반도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하지만 한국이 몇 십 년 동안 따라잡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항공산업이다. 그만큼 격차가 크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고 그런 한국을 중국이 다시 따라잡는 식이었지만 항공 분야에선 이미 중국이 한국보다 기술력이나 개발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일본과 중국이 항공산업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시장 확장성 때문이다. 보잉은 지난 7월 앞으로 20년 간 신형 상용기 수요가 3만9620대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보잉이 발표한 전망치에 비해 4.1% 증가한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5조 9000억 달러 규모다. 랜디 틴세스 보잉상용기 마케팅 부사장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 최근의 여러 사건에도 세계 상용기 대수가 두 배로 늘어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앞으로 20년 간 여객 교통량은 연 4.8%의 비율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1만5130대로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의 10% 이상만 차지해도 연간 수십 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한·중·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우주항공사업 매출액 세계 시장의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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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비시가 개발한 MRJ는 길이 35m, 좌석 70~90석의 중형 항공기다. 항속 거리 3400㎞의 근거리 노선에 적합하며, 기존 항공기 대비 연비를 20%까지 개선 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코맥 홈페이지 제공]

제공동북아 국가에서 항공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일본이다. 일본의 항공산업은 1962년 날개를 폈다. 순수 국산 중형 여객기 YS-11이 시험 비행에 성공하며 아시아권 국가 중 최초로 여객기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은 이를 위해 미쓰비시가 54.2%의 지배지분을 갖고 5개사가 출자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회사 ‘일본항공기제조’를 1957년 결성했다. YS-11은 일본 항공산업 부활을 위한 국책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1965년부터 양산된 64 인승 기체는 출력 부족이라는 단점에도 긴 항속거리와 견고한 동체를 지닌 기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롤스로이스 엔진을 제외하고는 독자적으로 설계·제작된 2호기는 도쿄올림픽 성화를 운송해 일본인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줬다.

최근엔 민간용 중형 여객기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미쓰비시가 선보인 MRJ는 길이 35m, 좌석 70~90석의 중형 항공기로, 항속거리(주어진 조건에서 이륙 순간부터 탑재된 연료를 전부 사용할 때까지의 비행거리) 3400㎞의 근거리 노선에 적합하다. 기존 항공기 대비 연비를 20%까지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미쓰비시사는 앞으로 20년간 객석 100석 이하의 중형 여객기 신규 및 교체 수요가 누계 5000여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절반 이상의 수주를 따낸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사키 중공업은 4발 제트엔진이 달린 P-1 해상초계기를 개발, 대잠초계기의 원조 국가인 영국은 물론 유럽 각국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도 항공 등 첨단산업을 2025년까지 독일·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고부가가치 제조업 위주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ARJ21과 C919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최초의 제트 여객기다. ARJ21은 길이 33.4m, 좌석 78~90석, 항속거리 2220~3704㎞ 등의 제원을 지녔다. 2002년 중국 정부의 개발 승인을 받아 2008년 11월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최근 양산 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초 코맥은 중국 민용항공국의 운항자격을 취득해 11월 29일 첫 상용기를 청두항공에 인도했다. 최근엔 산둥항공도 여객기를 인수해 시험 운항 중이다. C919의 ‘C’는 ‘차이나’와 ‘코맥’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왔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형 항공기라는 의미다. 순항속도 마하 0.785, 길이 38.9m, 하중 20.4t, 좌석 158~190석, 항속거리 4075~5555㎞로 이는 보잉 737, 에어버스 A320과 비슷한 제원이다.

이미 1960년대부터 여객기 생산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시장과 기술을 바꾸는 파격적인 거래를 통해 항공산업을 키웠다. 2005년 에어버스의 기술연구센터를 베이징에 유치해 첨단 기술을 배웠고, 2007년에는 하얼빈과 다롄에 중국 업체들과 에어버스의 합작 부품공장을 설립했다. 2008년에는 에어버스 A320 기종의 최종 조립라인을 톈진에 설립해 제조 기술까지 익혔다. 이 과정에서 중국 20여개 대학과 200여개 기업의 이공계 엘리트들이 총동원돼 국산 민항기 ARJ21과 C919 개발을 주도했다. ARJ21과 C919를 개발한 중국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 세계 항공기 시장의 판세를 바꾸면서 올해를 중국 민간항공기 발전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주변국이 펄펄 나는 데 비해 한국은 출발이 늦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한중 중형 여객기 공동개발’이 무산된 이래 답보상태라는 평가다. 제공호(미국제 F-5E/F 전투기) 68대 조립생산을 시작한 1982년 정부가 나서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공에 이어 세 번째로 전투기를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고 떠벌렸으나 대만은 한국보다 8년 이른 1974년부터 이 기종을 300대 가까이 조립 및 면허생산 해왔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우주·항공사업 매출액이 43억 달러(약 4조 7580억원) 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0.7%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 항공기 제작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뿐이다. 대한항공은 2000년대 들어 보잉·에어버스 등 세계적 항공기 제작사의 항공기 국제공동 개발에 뛰어들어 설계·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개발·제작은 부산시 대저동에 있는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주로 이뤄진다. 에어버스의 A330 네오 샤크렛 1호기도 이곳에서 개발됐으며, 지난 2009년부터 독자 재개발한 A320 네오샤크렛을 현재까지 1800여대 이상 납품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A350 항공기 카고 도어(Cargo Door) 제작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이곳에서 보잉 737 맥스(737 MAX)의 날개 부분 핵심 부품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윙렛’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급에 들어갔다. 737 맥스는 높은 연료 효율성과 우수한 항속거리(약 6500㎞)로 이미 세계 64개 항공사로부터 3000대가 넘는 주문량을 기록 중인 보잉사의 최신형 항공기 시리즈 중 하나다. 737 맥스에 장착되는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윙렛은 높이 3m 가량의 두 갈래로 나뉜 날개 끝단 장치로, 날개의 길이를 증가시키고 항력을 감소시켜 항공기 연료 효율성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항항공 관계자는 “일체형 복합재 구조물 제작 기술, 부품별 제작 상태를 고려한 초정밀 가공기술, 특수형상과 협소한 공간에서 수행 가능한 비파괴검사(NDI)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 큰 미래 전략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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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린 출고식에서 위용을 드러낸 중국 최초의 대형 제트 여객기 C919. [사진 국항공우주산업 제공]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무인기 시장으로도 눈을 돌려 사단 정찰용 무인항공기 이외에 중고도급 무인항공기 개발, 틸트로터 무인기 및 500MD 무인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엔 보잉사와 손잡고 500MD 무인헬기 공동개발에 돌입했다. 보잉 측은 대한항공에 비행 조종, 시험 평가 등의 기술 자료 및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해외 공동 마케팅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에 개발할 500MD 무장형 무인헬기는 주간·야간의 정찰감시는 물론 근거리 정밀타격까지 가능해 전방에서의 감시정찰 및 즉각적인 대응활동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KAI의 주력 생산 제품은 고등훈련기(T-50)와, T-50을 플랫폼으로 하여 개조한 경전투공격기(FA-50), 전술입문기(TA-50), 그리고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이다. 미 항공회사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T-50은 2005년 10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2005년 12월부터 우리 공군의 고등 훈련기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KAI는 최근 노후화된 공군 전투기(F-4, F-5)를 대체할 신형 전투기 개발 사업에 돌입했다.

항공기 엔진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방위산업체 한화테크윈도 세계 3대 엔진 제작사 P&W 생산법인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항공기 산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한화테크윈은 P&W와 싱가포르 항공 엔진부품 생산 조인트벤처(JV)를 운영하는 계약을 했다. 싱가포르 JV는 2056년까지 P&W에 고압 터빈엔진 핵심 부품을 납품한다. 한화 측이 P&W에 공급하는 부품 규모는 45억 달러(약 5조원)로 추산된다. 한화테크윈 측은 “단순 부품 제작사 수준을 넘어 글로벌 업체 경영에 참여하면서 ‘엔진 메이저’로 가는 길을 닦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이 항공산업을 키우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항공산업은 최첨단 과학기술이 융·복합된 미래 산업이다. 전기·전자, IT, 소프트웨어 등 최첨단 과학기술의 융·복합 종합산업으로 미래 핵심 전략산업이다. 또 지식·노동집약 산업이기 때문에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2만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항공기는 20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이 복잡한 제조 과정에서 안전이 우선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첨단기술이 총집약된 결정체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다. 고등훈련기(T-50) 1대를 수출하면 중형 승용차(현대 소나타급) 1000대를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이익과 비슷하다. 그러나 고도의 첨단 복합기술이 요구되는데다 최소 5~10년의 개발기간, 그리고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야 하는 관계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 특성이다. 개발 성공 후 양산까지 평균 40년으로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창로 항공우주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일본은 최근 정부 주도로 ‘항공기 국제공동개발 촉진기금(IADF)’을 통해 MRJ 개발에 성공했고 중국 역시 정부 지원을 통해 ARJ21을 개발했다”며 “항공기산업을 더욱 크고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특화단지 육성을 통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판 에어버스 구상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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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의 KAI 항공기 생산동. 2만㎡ 규모의 생산동에선 FA-50 20대와 수리온 10여대 등 1조원어치의 항공기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R&D 투자 부족, 인력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4년 분석한 기술 수준 조사에 따르면 한국 과학 기술력은 중국보다 1.4년 앞서고 있지만 2012년(1.9년) 이후 매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분야의 경우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4.3년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R&D 투자 규모 차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중 기술격차 추세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2013년 한국이 약 500억 달러, 중국 약 3300억 달러를 기록해 중국이 4.9배 많았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 출원된 국제특허(PCT) 건수도 2014년 한국이 1만3000여건, 중국 2만5500여건으로 중국이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중·일 항공기 제조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제안도 등장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7차 아시아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아시아 성장전략’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한·중·일 삼국의 역량을 결집해 아시아판 에어버스를 만들고 첨단 산업을 공동 연구하는 등 역내 경제 협력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항공기 기술은 독자 개발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더라도 단독으로 호환성 확보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아시아판 에어버스와 같이 공동 개발이 효과적인 만큼 협력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KAI·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 업체들의 기술력과 중국의 동체 제작 능력, 일본의 첨단 소재 및 부품 산업 등을 결합하면 ‘아시아판 에어버스’가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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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 전도유망한 항공 MRO산업 - 앞으로 10년 간 두 배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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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첨단기술이 적용된 제조 관련 서비스업인 항공 MRO산업이 고용창출 효과가 커서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국내외 항공 MRO산업의 최근 이슈’에 따르면, 2014년 국내 항공 MRO산업의 시장 규모는 민수부문과 군수부문을 합쳐 3조3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3년 대비 약 30.7% 증가한 수치다.

국내 항공정비(MRO)산업의 성장은 대한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와 최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등의 여객기 보유 대수 증가 등 민수분야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것이다. 2020년까지 국내 항공 MRO산업 규모는 2014년 대비 약 27.2% 증가한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되며, 같은 기간 전 세계 민간 항공 MRO시장 규모는 50.4%, 중국 등 아태지역의 시장은 9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MRO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 항공기 기체 중정비 분야는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60%에 달하는 등 타 산업 대비 고부가가치 중심의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기존 자동차 9.1%, 제조업 7.3% 비중 대비 6~8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KIET는 “전 세계 민간 항공 MRO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제조업 인력의 약 3%가 항공 MRO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 및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한 고용 위축에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대부분의 중정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LCC들의 경우 운항 위주의 정비 수행으로 안전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기체·엔진·부품 정비 등의 고기술·고부가가치 중정비 영역은 모두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부가 운용하는 군용 항공기의 정비 부품 해외 의존도도 68%에 달해 수입 대체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IET는 “해외 의존 MRO의 조속한 수입 대체와 더불어 우리의 지정학적 입지 여건을 잘 활용하고, 지방 유휴공항 및 군수 기반의 우수한 국내 인프라를 활용해 수출산업화 전략을 추구한다면 급성장이 예상되는 아·태 지역의 항공 MRO 시장 진입을 통해 고용창출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스기사] 항공산업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은 - 항공기 인테리어 시장 규모 2020년 30조원

오는 2020년까지 연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이란 항공기에 탑재되는 LCD 모니터, 좌석, 창문, 조명 등 각종 실내 기자재를 포괄하는 산업이다. 최근 항공사들이 고객 만족도 향상, 항공기 경량화 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 기반이 없어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우리 기술이 발달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좌석, LED 조명 등에서 국산화와 함께 수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싱가포르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UAE 에미레이트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최근 초대형 항공기 출시로 기내 공간이 늘자 개별 칸막이가 완비된 좌석, 기내 샤워실 등을 설치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7조원 규모(좌석 9조원, 엔터테인먼트 3조4000억원, 조명 1조9000억원 등)였던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은 매년 12.5%씩 성장해 2020년에는 연간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항공 수요가 커지면서 기존에 미국과 유럽이 독점하던 항공기 제작 및 인테리어 산업에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항공사는 인테리어 산업이 미흡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는커녕 국내 수요조차 전량 미국·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5년부터 6년 간 항공기 49대에 3900억원 규모의 좌석 업그레이드를 했고, 아시아나항공도 2006년부터 3년 간 1000억원을 투자해 신형 비즈니스석 등을 도입했으나 국내에 관련 업체가 없어 해외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전경련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중 특히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3대 분야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좌석, LED 조명을 제시했다. 이 역시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항공기 탑재 기자재는 미국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중견·중소기업의 진출이 어려우므로 정부가 국제인증 절차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충돌시험처럼 항공기 좌석 내구성 등을 테스트할 시설을 마련해주고 출연연과의 협력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은 우리나라가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향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도 용이하다”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공동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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