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화재참사] "비상망치 4개" vs "망치 찾을 수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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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울산 언양~경북 영천 확장구간에서 화재참사로 10명이 숨진 버스회사인 (주)태화관광의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관광버스에는 비상용 망치가 4개가 있었다”고 1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고 차량과 동종의 45인승 버스에는 비상용 망치가 버스 앞에서 2번째 좌석 양 옆에 각각 1개씩, 버스 뒤에서 2번째 좌석 양 옆에 각각 1개씩 총 4개가 있다”며 “이번 사고버스에도 역시 비상용 망치가 4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용 망치는 버스 내부에 설치된 채 출고된다”면서 “소화기도 3.5㎏ 1개와 1.5㎏ 1개, 총 2개가 버스 중간과 뒤쪽에 마련돼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사고 당시 비상용 망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생존자 이모(62)씨는 “사고 나면서 유리창을 깨려고 비상용 망치를 찾았는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며 “휴대전화 불빛을 켜서 한참 찾았는데도 비상용 망치는 안 보였다”고 말했다. 차량 실내에 실제 비상망치가 없었는지, 아니면 승객들이 망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두워서 제대로 찾지 못했는지는 경찰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생존자들은 소화기로 유리창을 깼거나 구조에 나선 이들이 외부에서 유리창을 깨면서 탈출에 성공해 겨우 화를 면했다.

버스 출입문이 앞쪽 한 곳에만 있는 것도 이번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처럼 출입문이 방호벽에 막혀 제때 열지 못하면서 승객들의 탈출에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관광버스의 경우 출입문을 2개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산 곰내터널 사고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아이를 모두 구조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고는 불이 나면서 피해가 커졌다”며 “문이 막힐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 버스 출입문을 대각선 방향으로 앞과 뒤쪽에 각각 하나씩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사고가 야간에 난데다 버스에 불이 나면서 실내가 어두워진 상태여서 설사 비상용 망치가 있었다고 해도 승객들이 쉽게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어두워진 상태에서도 쉽게 눈에 띌 수 있는 형광물질로 된 비상용 망치를 좌석마다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료탱크가 어디에 있었는지가 중요한데 버스의 중간쯤이 아닌 출입문 쪽에 달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이런 사고 때 충돌 과정에서 생긴 마찰열로 쉽게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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