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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반응 양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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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도 너무 나간 것일까. 대중가수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스웨덴 한림원의 파격적인 선택을 두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논란이 뜨겁다.

미국 케이블 채널 CNN은 자국의 예술가에게 상이 돌아갔는데도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이 열띤 소셜미디어 반응을 부른다(Bob Dylan's Nobel Prize win stirs fierce social media reaction)'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위터 상의 찬반 양론을 선명하게 전했다. 기사는 많은 사람들이 찬사와 놀라움, 심지어 즐겁기까지 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트위터에는 밥 딜런이 확립된 문학 정전을 쓰는 작가, 통상적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상 자격이 없다는 주장들이 올라와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고 썼다.

기사에 따르면 트위터 이용자 에릭 고디는 "나도 다른 사람처럼 밥 딜런을 좋아하지만 그의 수상은 좀 이상하다"는 멘션을 올렸다. 캐비르 타네자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내 걱정은 밥 딜런이 아니다. 미래의 작사가들에게 (노벨상의)수문이 열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타네자는 또 "밀레니얼 세대는 밥 딜런이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맹렬하게 구글 검색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젊은 세대에게 밥 딜런은 잊혀진 사람이라는 얘기다. 파멜라 폴은 "수 많은 수상 자격 있는 작가들이 제외돼 실망스럽다"고 했고, 트위터 이용자 던컨 웰던은 "20년 후 밥 '밥 딜런과 윈스턴 처칠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 굉장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물론 비판만 있는 건 아니다. 마이크 포지라는 이용자는 "대중문화 교수로서 나는 사람들과 주먹을 부딪치며 '예스!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존 스칼지는 "가요 작곡도 글쓰기다. 밥 딜런은 최근 100년 간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다. 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노벨위원회의 선택"이라고 했다. 로빈 히치콕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그는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을 누구도 꿈꾸지 못한 바다로 데리고 간 사람"이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내 주류 언론, 저명인사도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 논란에 가세했다. 권위지 뉴욕타임스는 오피니언 면에 '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글을 실었고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밥 딜런의 노래가 문학인가?'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에서 찬반 양론을 다뤘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넛지』의 저자이자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남편인 하버드대 로스쿨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블룸버그 기고에서 딜런이 『풀잎』으로 유명한 미국의 19세기 시인 월트 휘트먼을 앞섰다고 썼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의 여성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노벨위원회의 선택이 영감을 불어넣는다면서도 "아직 살아 있는 비틀스 멤버에게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들의 음악이 밥 딜런보다 보다 의미가 있다"고 썼다고 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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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문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문학평론가인 고려대 불문과 조재룡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 포스팅에 대한 과도한 비난 사양합니다"는 단서까지 단 후 작심한 듯 노벨상의 선택을 비판했다. "노벨문학상이 밥 딜런에게? 어차피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필립 로스가 받으면 좋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고 하루키나 뭐 다른 후보 중 누구에게 돌아가도 이유는 찾을 수 있다…그런데 이건 좀 웃기다. 밥 딜런?(…) 고작 밥 딜런? 개인적으로 밥 딜런 음악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이와 별개도 몹시 기분이 나쁘기까지 하네"라고 썼다. 그러면서 "문학이 노래로 표현될 거였으면 왜 백지 위에 미치도록 글을 쓰겠는가? 노벨음악상? 노벨 가사상? 노벨 서정적 노래 잘하기 아름다운 자연 예찬 통기타 반주상" 아니냐고 비꼬았다.

시인인 문학동네 강태형 전 대표도 "밥 딜런을 좋아한다. 그의 음악과 생애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다. 밥 딜런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설가 김도언은 "예컨대 내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다소 불편한 것은, 그가 문학 진영 바깥에 있던 사람이어서가 아니고 그가 주류 질서에 대한 저항을 자신의 모토로 들고 나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밥 딜런이 가볍고 태연한 표정으로 '고맙지만, 난 노벨문학상 따위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건, 내가 너무 고지식한 탓이겠지. 서방이 주도하는 주류세계의 훈장인 노벨문학상을 저항과 자유의 상징격인 사람에게 주는 것을 보니, 석유로 부를 축적한 미국 자본주의 상징이자 재벌인 록펠러 재단이 자본주의의 예리한 비판자였던 마르쿠제를 후원했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세상이 참 다 그렇고 그런 것 같다"라는 글을 역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시인 조현석은 페이스북에서 "어제의 뉴스 중 가장 경악한 것은 미국 팝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다. 문학과 여타 장르를 구분하지 못하는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과 관련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음악 가사가 시보다 나을 때가 많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이건 쫌 아니다 싶다"고 했고 최광임 시인은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탔으니 다음엔 우리나라 음유시인 정태춘도 가능하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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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를 풍미한 밥 딜런의 대표 앨범들. 위줄 왼쪽부터 The Freewheelin` (1963), Times They`re A-Changin`(1964) Bringin` All Back Home(1965). 아랫줄 왼쪽부터 Highway 61 Revisited(1965), Blonde on Blonde(1966) , Nashville Skyline (1969).

반면 출판평론가 장은수씨는 밥 딜런이 시인이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시인이지, ...사람의 사람됨을 물었고, 사람의 참된 안식을 궁금해했고, 문명을 야만으로 몰아가는 끔찍한 전쟁의 종말을 바랐으되, 그 대답을 바람에게 들으려 했으니까"라고 답한 사연을 소개한 후 "이로써 문학은 또 한 걸음 미지의 영토로 넓어졌다. 수상을 축하합니다"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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