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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르의 고백」…그 밤과 낮|노벨평화상 받은 「엘리·위젤」의 체험적 3부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14일 미국의 유대계 작가「엘리·위젤」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그의 작품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엔 그의 작품 10여종이 번역, 소개됐으나 대부분 절판된 상태였다. 출판사들은 다시 재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때마침 선보인 「엘리·위젤」의 체험적 3부 작 『엘리제르의 고백』이 독서계의 화제다. 다음은 작품개요. <편집자주>
『엘리제르의 고백』 은 「밤」「새벽」 「낮」으로 이뤄진 작가의 초기 3부 작.
「방」 은 악명 높은 유대인 집단수용소의 숙명적 비극의 체험을 기록한 회고록이며「새벽」은 전쟁 후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조국 이스라엘 공화국의 탄생에 젊음을 불태우던 당시의 체험을 담았다. 「낮」 은 기자로, 교수로 뉴욕에 정착한 이후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밤>
나치수용소에 수감됐다가 끔찍한 대학살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14세 소년「엘리제르」의 죽음과 절망 ,분노와 증오의 기록. 평화로운 고향 마을에서 추방당한 채 짐승처럼 화물 열차에 실려 아우슈비츠로, 다시 부켄발트로 죽음의 강제여행을 떠나는 수천 명의 유대인 행렬.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활활 타는 아궁이에 무더기로 던져진 화장장에서, 시커먼 연기가 뭉클뭉클 솟아오르는 장면을 상상하는 어린 마음, 독일군의 행패를 숨어 지켜 보면서 꼼짝 할 수 없었던 어린 소년의 심정.
『저너머 저기 굴뚝이 보이지? 보이겠지! 그리고 불꽃도 보이지?(그래, 우리도 보았다.) 저 너머, 저기가 너희들을 데리고 갈곳이야. 저기가 너희들의 무덤이라구.』
『나는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신앙을 소멸시켜버린 그 불길을. 삶에 대한 욕망을 내게서 영원히 앗아가 버린 그날 밤의 그 침묵을.…나의 하느님과 나의 영혼을 살해하고 나의 꿈을 물거품이 되게 한 그 순간들을.』

<새벽>
두 사람이 죽음과 직면해 있다. 영국군 포로「존·도슨」 과 18세의 유대인 소년전사 「엘리샤」. 「엘리샤」는 유대인 집단 수용소의 생존자다. 그는 지금 「존· 도슨」을 살해하도록 명령받은 사형 집행인이 돼 있다.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고 있던 영국은 유대인 국가의 탄생을 저지했으며 유대의 젊은 전사들은 이에 테러로 맞섰다. 영국군 대위 「존· 도슨」 을 잡아놓고「엘리샤」 는 자기가 창조할 죽음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러나 살인은 싫다. 새벽이 되면 그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 새벽을 기다리는 길고 긴 밤.

<낮>
한 젊은 기자가 엉거주춤 차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과속으로 달려오던 택시에 치인다. 흔히 있는 교통사고인가? 아니면 죽음의 집단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젊은 기자(「엘리제르」 )의 뇌리에 박혀있는 고통스런 어떤 과거가 그를 자살로 유도했는가.
증오의 부머랭 효과. 이 작품은 증오란 그 원인과 주장이 아무리 확실하고 정당해도 마침내 자기파멸에 이른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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