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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글로벌 의료관광·바이오산업 단지, 일산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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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그룹의 국제 여성의료원(오른쪽 조감도)이 들어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전경. [사진 차병원(쌍용건설)·GS건설]

난임·여성암 치료 등으로 유명한 차병원그룹이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판교를 넘어 서울·경기 북부권으로 진출한다. 지역 주민에게 질 좋은 의료를 제공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나서 지역사회 봉사와 국제 의료관광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다.

차병원그룹·고양시 양해각서 체결

‘국제 여성의료원’ 설립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
주민에게 양질의 서비스

차병원그룹은 지난달 30일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경기도 고양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양시에 국제 여성의료원을 세우고 시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의료관광 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다.

고양시는 2016년 9월 기준 인구 약 103만 명, 40만 가구 규모의 도시로 분당·판교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와 인구 수(약 96만 명)가 비슷하다. 이번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여성 전문 병원 건립이다. 차병원 측은 고양시에 강남 차병원과 같은 여성 전문 병원을 세우고 여성·소아에게 특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고양시에는 국립암센터, 동국대 일산병원, 서남대 명지병원 등이 있으며, 대학병원과 연계된 대형 여성 전문 병원은 없다.

‘바이오 시티’ 건설
병원 설립으로 지역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난임률은 13% 정도로 추정된다. 결혼이 늦어지고 현대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난임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자궁암·난소암·유방암 같은 여성암을 비롯해 호르몬·자궁질환 같은 다양한 여성 질환자도 늘고 있어 국제 여성의료원 설립에 거는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차병원그룹과 고양시는 여성의료원에 해외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방안도 논의했다. 고양시에 ‘신한류 의료관광정보센터’도 설치한다. 해외 의료관광객을 위한 종합 안내 및 서비스센터 역할을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획도 세웠다. 이 지역에 의료 한류를 이끌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고 바이오산업을 육성해 병원·바이오연구소·제약사·주거단지가 합쳐진 ‘바이오 시티’를 건설하기로 했다. 일산 장항지역의 테크노밸리에는 생명공학기술 분야 기업을 유치해 그동안 고양시가 추진해 왔던 ‘통일 한국 실리콘밸리 프로젝트’와 연계시킨다.

고양시는 2011년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던 일산 장항동 ‘고양 JDS 지구’의 규제가 풀리면서 이 일대를 남북 교류협력의 중심으로 삼고 통일경제특구 지정 법안을 촉구하는 등 구체적인 개발 방안을 제시해 왔다.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통일 후 산업 기반이 될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산 테크노밸리는 ‘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 건립 부지로 선정돼 2020년 완공까지 약 1조6000억원의 신규 투자가 예정돼 있다. 차병원그룹도 이 지역의 신약 개발 등 바이오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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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그룹과 고양시의 양해각서 체결식. 차병원 김춘복 이사장, 차광렬 총괄회장, 고양시 이진찬 제1부시장, 윤양순 미래전략국장(오른쪽부터).

난임 분야 획기적 성과
의료관광, 여성 질환, 바이오 연구 인프라가 취약했던 서울·경기 북부 지역에 대형 병원이 들어서고 대규모 쇼핑타운과 의료관광 산업이 함께 발전하면 이 지역은 새로운 의료 한류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고양시에는 일산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하철 3호선 마두역·정발산역 부근에 웨스턴돔, 라페스타 같은 대형 먹거리, 쇼핑타운이 형성돼 있다.

이번 양해각서는 단순한 병원 설립을 넘어 미래 의료도시 건설 계획을 포함한다. 차병원 설립자인 차광렬 총괄회장은 “해외 사례를 볼 때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은 국가 간은 물론 도시 간 경쟁도 치열하다”며 “고양시에 국제 여성의료원을 세워 여성질환에 대한 외국인 환자 수요층을 국내로 유입시키고 바이오 단지를 포함하는 스마트 바이오시티를 건립해 고양시가 세계적인 의료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차병원그룹과의 협력으로 신의료산업 모델이 현실화되면 고양시에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고용 창출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병원은 1986년 시험관 아기와 나팔관 인공수정 아기가 태어나게 한 이후 30년여간 난임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둬온 여성 전문 병원이다. 89년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를 이용해 시험관 아기 시술법을 개발해 임신을 성공시켰다. 이 공로로 세계 최대 생식의학회인 미국 생식의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98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개발해 난자를 얼리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고,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지역에 미국 최초의 난자은행 문을 열었다. 2004년엔 LA지역에 1500병상 규모의 ‘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세웠다. 2011년엔 ‘미래형 병원’을 모토로 ‘차움’을 개원하고 양·한방 융합센터를 만들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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