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목사등 지도층 엉터리 외국박사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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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체육 관련 단체의 임원인 S씨(58)는 1999년 아프리카 S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딴 뒤 9개월 만에 미국 G대학에서 같은 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출입국 기록 조회 결과 S씨는 아프리카나 미국에 간 적이 없었다.

사회 지도층 인사의 '외국 학위 세탁'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이남주)는 편법.불법으로 외국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례를 28일 공개했다.

부방위가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된 박사 학위 2개 이상 수여자 58명을 최근 표본조사한 결과 정상적인 유학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20명이나 됐다. 이들 대다수가 현직 교수.목사.세무사.중소기업 대표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방위 조사에 따르면 대전 C고교의 J교사는 러시아에 체류하지 않고 서류심사만으로 러시아 H대학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J씨는 이를 통해 인사 가점을 많이 받았다. 이 과정은 지방국립 K대학 총장이 러시아 H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알선한 것으로, 석사학위만 있던 K대 교수 5명 등 5개 대학 11명의 현직 교수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외국대학 분교가 학위를 남발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까지 교육부 인가를 받은 외국대학 분교는 한곳도 없다.

미국땅을 밟아본 적이 없는 K씨(40). 그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미국 B대학 한국사무소에 개설된 통신과정을 이수해 이학박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지난해 지방대학 겸직교수로 임용됐다. 이 과정은 집에서 시험지를 받아 답을 적어보내 학점을 인정받게 돼 있다. 여기서 박사학위를 받은 38명이 학술진흥재단에 등록돼 있다.

외국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는 한글로 된 것도 수두룩했다. 교육부로부터 외국 박사학위 신고를 위임받고 있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 2001년 한해 동안 신고된 외국 박사학위 논문 1천8백18편 중 한글 논문이 1백35편인 것으로 집계됐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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