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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500호 기획] 낮은 임대료 내고 거실·주방 공유 … 공용 공간 의무화 논의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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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여의도 전용면적 156㎡ 아파트 셰어하우스에서 입주민들이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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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카페 등 공유공간을 넣은 1인 가구 주택 ‘송파 마이크로하우징’ 내·외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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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셰어하우스 ‘민달팽이 2호점’의 입주자들이 공용공간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김경빈·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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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디자이너 한지인(36·여)씨는 7일 오후 7시 집에 돌아오자마자 앞치마를 둘렀다. 먼저 퇴근해 있던 룸메이트와 저녁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다.

1인 가구 대안으로 떠오른 셰어하우스

한씨가 사는 집은 방 3개를 갖춘 전용면적 156㎡(약 47평)인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다. 이 집에서 총 8명이 함께 산다. 사회적 기업 ‘우주(woozoo)’가 관리하는 38개 ‘셰어하우스’ 중 하나(22호점)다. 다세대주택·빌라·아파트 집주인이 우주에 임대한 것을 우주가 입주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씨를 포함해 이 집에 사는 이들은 2인실이냐 4인실이냐에 따라 월세로 35만원 또는 46만원을 낸다. 한씨는 “혼자라면 47평형대 여의도 아파트에 살지 못한다. 개인 공간으로만 치면 작지만 넓은 주방에서 요리할 수 있고 거실 소파에서 쉴 수도 있어 답답함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셰어하우스 ‘달팽이 2호점’을 찾았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5곳 중 한 군데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에서 저리 융자받은 7억원과 조합원 출자금 8000만원 등으로 이 건물 전체를 빌렸다. 5층 건물에 14명이 산다. 입주자 성은혜(26·여)씨는 “각 호실(61㎡)에 방이 2개다. 2명이 한 방을 쓰지만 중간에 아담한 거실·주방이 있다. 이곳에서 주로 컴퓨터 작업을 하고 대화도 나눈다”고 말했다. 이곳 월세는 23만원이다.
셰어하우스를 택하는 청년들의 첫째 이유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달 28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청년가구의 주거 소비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가구(20~34세) 주거 상황은 취약하다. 1999년 12%였던 월세 거주 청년가구 비율은 2014년 24.2%로 12.2%포인트 증가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셰어하우스는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 내에서 최대한 넓은 공간을 쓰려는 청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거 형태”라며 “자신들의 주거 질을 높이려는 자구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공유공간과 개인공간의 조화를 꾀하는 시도들도 있다. 잠실 석촌호수 근처에 있는 ‘송파 마이크로하우징’은 1인 가구의 특성을 반영한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지하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 등이 배치됐고 4~5층은 8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다. 각 방(12㎡)엔 독립적인 주방·화장실이 있다. 대신 발코니로 방들이 연결돼 있다. 송파 마이크로하우징을 설계한 박진희 SsD아키텍처 대표는 “혼자 살다가도 결혼하면 옆 방을 사거나 빌려 공간을 늘리고, 다시 혼자가 되면 공간을 줄일 수 있는 건축 형태”라며 “공간 크기를 변화시킬 수 없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건축가 3명으로 구성된 벤처기업 ‘서울소셜스탠다드’와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정림건축문화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종로구 ‘통의동집’도 마찬가지다. 2~3층에 총 7가구가 산다. 지하 1층은 주방이자 식탁·의자로 꾸며진 휴식공간이다. 신림동 ‘셰어어스’는 지난해 말 4층 규모 고시원의 44개 방을 19개로 줄이고 라운지·스터디룸·발코니 같은 공유공간을 만들었다. 영국 런던엔 ‘올드 오크’라는 546개 방으로 이뤄진 셰어하우스도 있다. 방 크기는 10㎡(약 3평)가량으로 작지만 도서관·게임방·스파·헬스장·식당·정원 같은 대규모 공유공간을 갖췄다.

고시원·옥탑방에 사는 1인 청년가구는 쉴 곳이 없다. 비싼 돈 내고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의 공간을 살 수밖에 없다. 건축 전문가들은 1인 청년가구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는 “개인공간은 방 한 칸일지라도 공유공간인 주방·거실이 있으면 답답함을 덜 느낄 수 있다. 방은 작아도 대청마루와 마당이 있어 넓게 느껴지는 한옥을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1인 가구 주택도 개인공간 외에 입주자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일정 부분 두도록 법 제정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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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셰어하우스의 한계도 있다. 셰어하우스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늘었다지만 실제 이곳에 사는 숫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또 함께 살면서 생기는 개인 간 갈등, 프라이버시 문제도 청년들의 주거 대안으로 자리 잡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소현 우주 마케팅팀장은 “우리가 운영하는 셰어하우스 38곳 중 20%는 가족같이 화목하고 70%는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큰 문제없이 지낸다. 그러나 나머지 10%는 갈등이 생겨 입주자가 자주 바뀐다”고 털어놨다.
김민철 서울소셜스탠다드 공동대표는 “셰어하우스가 1인 청년가구의 문제를 해결할 완벽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지자체는 1인 가구가 모인 저층형 주거지를 어떻게 하면 아파트 단지 같은 주거 환경으로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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