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소송 ... 법원 "정당하다" 원고 패소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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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시민들이 낸 소송이 기각됐다. 전력 사용량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현행 누진제는 유효하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6일 정모씨 등 17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씨 등은 “한전이 주택용 전력에 불공정한 요금 체계를 적용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해왔다”며 2014년 8월 이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42년 동안 유지된 전기요금 누진제가 공정한가 여부였다. 정씨 등은 매월 전기요금을 납부했지만 한전과 ‘약관’에 근거한 전기를 공급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주택용 전기공급 약관’ 존재를 모른 상태에서 약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취지다.

반면 한전측은 누진제가 공익적 목직으로 운영됐고 계절 등에 따른 차등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저소득층 배려와 전기 낭비 억제 등도 누진제 존치 이유로 꼽았다.

양측의 공방에 대해 재판부는 '약관은 유효하다'고 결론내렸다. 정 판사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전기공급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무효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전력 상황과 수요가 다른 만큼 가격 결정도 다양하게 이뤄진다는게 판단의 근거다.

정 판사는 "누진 체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가구에 대해서는 요금을 감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변호사는 원고이자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해 소송을 이끌어 왔다. 곽 변호사를 비롯한 원고들은 재판 과정에서 1인당 만2000원~133만원이던 청구금액을 1인당 10원씩으로 크게 낮췄다.  '돈' 보다 '누진제 무효'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한전측 손을 들어주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이번 판결이 전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9건의 누진제 소송에도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현재 전기요금 반환 소송에 참여한 시민은 8500여명에 달한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총 6단계로 전기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올라간다. 사용량에 따라 금액 차이가 최고 11.7배까지 난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해 시민들이 과도한 부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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