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비 28억 광화문광장 돌길, 다시 아스팔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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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시절(2009년)에 70억원을 들여 만든 서울 광화문광장 돌길을 포기한다. 서울시는 5일 이 돌길 양쪽 방향 총 1.11㎞ 구간 중 430m를 곧 아스팔트 포장 도로로 다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광화문 삼거리 방향으로 240m, 반대쪽 190m 구간이다. 공사 예정 기간은 25일~다음달 10일이다.

오세훈 시장 때 70억 들여 만들어
툭하면 침하·파손…재포장하기로

이택근 서울시 안전총괄관은 “이번에 아스팔트로 바꾸는 구간은 도로 침하·파손이 심한 곳이다. 나머지 구간(양방향 680m) 아스팔트 정비는 파손 추이를 지켜보고, 정비 사업에 대한 시민 반응을 반영해 전면 아스팔트로 바꿀지, 일부만 보수할지를 내년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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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 공사로 누더기가 된 광화문광장 돌길.

서울시는 돌길을 만드는 데 70억원을 썼다. 이후 침하·파손이 잇따랐다. 개통 이후 전체 면적(2만2867㎡) 중 총 39.8%(9090㎡)를 보수했다. 그동안 보수비용으로 28억원이 쓰였다. 공사 비용의 40.6%다. 이 안전총괄관은 “돌길을 개통했던 때에 비해 현재 광화문광장 돌길을 지나는 버스가 상당히 늘었다. 돌길 파손이 많이 일어나는 곳도 버스정류장 앞이나, 차가 급제동·급가속을 하는 횡단보도 앞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팔트 위에 모르타르(모래·시멘트·물 혼합물)를 바르고 돌을 올려 길을 만들었는데 여름에 지열로 아스팔트가 물러져 공간이 생기고 그곳으로 빗물이 침투해 도로 침하가 발생했다. 만들 때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돌길을 만드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전 한국도로학회장인 서영찬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튼튼한 돌길을 만들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고 더 깊게 땅을 파 지반을 다진 뒤 돌을 깔았어야 했다 ”고 주장했다. 그는 “접착·완충재 역할을 하는 모르타르를 만들 때 물을 충분히 넣어야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하게 굳는다. 물을 적게 넣어 말리는 시간을 줄이려 해 제대로 굳지 않았다. 빗물에도 그대로 씻겨 내려가니 파손·침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원전 4세기에 만들어진 이탈리아 로마의 ‘아피아 가도’는 돌로 된 지반에 모래·자갈을 깔고 그 위에 돌을 수직으로 세우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지금도 원형을 그대로 갖추고 있으며, 일부 구간은 차로로 쓰인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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