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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학대치사…전과 10범이 입양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학대를 당하다 살해된 경기도 포천 A양(6)의 양아버지 주모(47)씨는 10건 이상의 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절도·음주운전 등 전과가 수두룩한 사람이 어떻게 딸을 입양할 수 있었을까.

시설 입양 땐 10단계 절차 꼼꼼
개인 간 입양은 덜 까다로워
“특례법 적용 확대, 관리 강화를”

5일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입양기관이 아닌 친부모 등의 동의서를 받아 법원이 허가하는 개인 간 합의(민법 입양)로 주씨와 김모(30·여)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A양의 친어머니 B씨(36)는 2010년 이혼한 뒤 홀로 A양을 키웠다. 일이 바쁘거나 늦게 귀가하면 인근에 사는 주씨 부부에게 아이를 맡겼다. B씨가 “홀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고 고민하자 주씨 부부는 “우리가 입양하겠다”며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주씨는 폭력·절도 등 10건 이상의 범죄 전과를 갖고 있었지만 법원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A양의 비극 이면에는 개인 간 합의 입양의 제도적 허점이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입양기관에서 입양을 하려면 절차가 깐깐하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입양특례법 시행규칙에 따라 상담은 물론 서류 접수, 가정 조사, 양부모 교육, 가정법원 신청 등 10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종학력증명서, 범죄·수사기록증명서, 재산증빙서류 등 20여 가지 서류를 제출한다. 약물·마약 검사 등이 포함된 건강진단서도 내야 한다. 입양 이후에도 1년에 네 차례 사회복지사 등이 불시에 가정을 방문해 아동 상태 등을 점검한다.

반면 개인 간 합의 입양은 검증 절차가 형식적이다. 친부모의 동의가 있고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입양이 가능하다. 가정 방문 등 사후 관리도 전혀 없다.

김외선 한국입양가족상담센터 센터장은 “개인 간 합의 입양도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지 검증·교육하고 입양 후 상담 등 사후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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