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오 망언 재발방지 다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제1차 한일 정례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최광수 외무장관은 11일 하오 나카소네 수상을 예방, 후지오 망언에 따른 한국국민의 감정을 전달하고 양국간 현안의 조속한 타결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나카소네 수상은 이번 후지오 망언 파동으로 양국 국민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한데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 것으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나카소네 수상은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일양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제, 앞으로 일본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인근 제국과 우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뜻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나카소네 수상은 이번 사태로 인한 한국정부와 국민의 충격을 깊이 이해한다는 뜻을 밝히고 일본의 대한정책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장관은 이에 앞서 이날 상오 자민당 간사장 등 3역 및 법상·통산상 등 요인들을 차례로 만나 양국간 협력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이에 앞서 최 장관은 10일 구라나리 일본 외상과의 제1차 한일 정례 외무장관회담에서 후지오 망언에 따라 동요된 양국 관계회복 문제와 무역불균형, 재일동포 처우개선 등 양국간 현안, 그리고 소련의 아시아정책을 비롯한 국제정세 등을 광범하게 토의했다.

<해설 3면>
이날 최 장관과 3시간에 걸쳐 가진 회담에서 구라나리 외상은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 본인과 나카소네 수상은 사태수습에 전력을 기울였으며 이 같은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신념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후지오 망언은 양국의 기본에 관한 중대문제며 한국 국민과 정부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인 만큼 일본측은 약속사항을 잘 이행하고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외무성 청사에서 시종 경색된 분위기에서 열린 1차 회담에서 최 장관은 후지오 망언과 같은 것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하고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왜곡 역사 교과서의 시정을 요구했다.
양국대표는 나카소네 수상이 예정대로 방한(20∼21일)하여 정상회담을 갖도록 하는 일정을 확인했다.
특히 한국 측은 나카소네 수상 방한이 한일양국관계를 더욱 증진시키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도록 해야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어 구라나리 외상 공관에서 속개된 2차 회담에서 재일교포 지문날인제도 개선 및 한국의 무역적자 폭 확대방지를 위한 구체방안 및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논의됐다.
최 장관은 『올해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돼 이대로 방치하면 정치 문제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히고 ①일본의 관서 신 국제공항 건설공사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며 ②이의 참여를 위해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합작을 지원하고 ③GSP(특혜관세제도)에서 한국을 후퇴시켜서는 안되며 ④관세인하 ⑤한국공산품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구라나리 외상은 『성의를 갖고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구라나리 외상이 독도 문제에 언급, 『다케시마는 일본영토문제임을 제기한다』고 말한 데 대해 최 장관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한국영토임이 명확하다. 문제 제기하는 것도 타당치 않다』고 일축했다.
경제협력문제에 관해 한국이 엔 차관 금리를 현재의 5%에서 4%로 인하하라고 요구했으나 일본은 난색을 표명하면서 다만 차관대상 확대는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의무장관은 한반도 주변정세, 특히 소련·중공·북한문제에 관해 집중협의 하면서 대체로 의견인식의 일치를 보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