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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스타킹] 망원시장 (1) 망원동의 중심 망원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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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났습니다. 망사스타킹을 몇 차례 제 시간에 연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현업을 떠나 있다 보니 욕심만큼 취재를 못해 좋은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드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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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망원동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떠올릴 ‘망원시장’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망원동은 앞서 소개했듯 1960년대 지어진 공동 주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주택 단지 가운데 주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망원 시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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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골목 좌판에서 시작된 망원시장은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로 접어들어 150m가량을 가다보면 만날 수 있죠. 망원역부터 망원시장까지 이어진 월드컵로 13길도 망원 시장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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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은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100~150m를 내려가다 보면 찾을 수 있다.

천천히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시장 인근 상인들이 즐겨 찾는 국수집부터 좌판을 벌여놓은 과일가게, 채소가게 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나오신 주민분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는 것도 이 부근 부터죠. 지하철 역세권에서 조금씩 멀어질수록 80~90년대 감성의 색이 바랜 가게들이 뾰족이 얼굴을 내미는 걸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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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초입 [망원시장 공식 인스타그램]

망원동 주민센터 인근쯤 접어들면 망원시장이 보입니다. 망원로 8길을 따라서 100m 가량 형성된 망원시장이 시작되는 거죠. 시장을 따라 걷다보면 대형마트와는 다른 ‘날 것’의 삶의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주민이 아니라면 “장보러 간다”는 말이 어색할 수 있죠. 요즘에야 클릭 몇 번이면 무거운 생수까지 문 앞에 배달해 주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시장이 매력적인 건 포장되지 않은, 그래서 더 믿을 수 있고 정이 가는 물건을, 시장 상인들과 부대끼며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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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내 반찬가게에 진열된 반찬들 [망원시장 인스타그램]

예를 들면 마트에서 포장된 두부를 한모 사는 것과 시장에서 뜨끈뜨끈 연기나는 두부를 한모 사는 건 차이가 있겠죠? 마트가 더 깔끔하긴 하지만 물건 값을 비교해도 시장이 비교 우위라는 생각입니다. 소량 구매도 가능하고, 적당한 수준의 흥정도 가능하니까요. 지역경제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시장은 의미가 있습니다. 외부 자본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돈이 유통되며 상권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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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내 칼국수집 [망원시장 공식 SNS]

장보러 나온게 아니라면 식사나 간식을 하기에도 망원시장은 매력적입니다. 망원시장에서 유명한 칼국수집 두 곳은 3000원이면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시장 터줏대감인 만큼 맛도 훌륭하고 양도 푸짐합니다. 칼국수집 뿐 아니라 3900원짜리 닭곰탕 집 등 시장 내 곳곳에 있는 식당도 손맛으로 자리를 지켜온 만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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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인기 간식 중 하나인 수제 고로케 [망원시장 SNS]

이미 식사를 하셨다면, 간식을 드셔야죠. 망원시장 끝과 망원월드컵시장이 이어지는 곳으로 가면 유명한 ‘수제 고로케’ 가게 두 곳이 서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500원에서 1000원 남짓. 양쪽 모두 개성이 있으니 어디가 우위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고로케 가게 뿐 아니라 가수 육중완이 즐겨먹었다는 닭강정 집도 몇 곳이나 있습니다. 떡볶이나 튀김류를 파는 분식집들도 입맛에 따라 즐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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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의 저녁 모습 [망원시장 인스타그램]

망원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망원시장에도 젊은층이 자주 눈에 띕니다. 데이트를 하기 위해 시장구경에 나선 커플이나, 외국인들도 자주 보입니다. 1만원으로 풍족하게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났고, 최근 입소문이 난 유명 빙수가게나 골목길 레스토랑 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장이 활력을 얻은 건 2012년 인근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입니다. 당시 상인회는 대형마트 입점에 대항해 대책기구를 꾸렸고, 이 지역 40여개 시민단체들은 연대를 통해 상인들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시장 상인들은 1~2인 가구와 젊은 고객들을 어떻게 시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장보기, 배달 서비스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습니다. 자연스레 지역 내 주민들과 시장 상인간의 믿음, 연대가 자리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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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에서 운영중인 교통카드로 장보기 서비스 [망원시장 인스타그램]

그리고 마침 1인 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프로그램 내에 망원시장의 모습이 자주 노출됐습니다. 밴드 장미여관의 육중완씨가 망원시장 인근에 살며 시장을 즐겨 찾는 모습이 방영됐던 거죠. 지금도 망원시장 곳곳에선 망원동 대통령 ‘육중완 마케팅’을 하는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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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의 육중완 마케팅 [망원시장 SNS]

또 기존에 시장을 단골로 이용하던 기성세대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시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망원시장이 20~30대 1~2인 가구가 많은 망원, 서교동의 주민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거죠. 젊어진 주민들은 단순히 망원시장을 흥미로운 관광명소가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고, 상인들과도 안면을 터 단골이 되는 형태, 즉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죠. SNS에 자연스레 망원시장 관련 내용들이 올라오는 것도 이런 변화에 따른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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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이 운영중인 여러 프로젝트. 외국인 대상 프로젝트도 기획한다.

망원시장을 위해 직접 노력하는 젊은이들도 생겨나고 있죠. 각종 새로운 마케팅이라던가 예술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복합공간 스페이스 2012 같은 곳이죠. 망원시장 SNS(인스타그램 @mangwon.sijang)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죠. 인디밴드 우주히피 같은 그룹은 아예 ‘망원시장’이라는 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음 회에는 새로운 소규모 샵들로 젊어진 망원시장과 동네커뮤니티의 노력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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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과 밴드 우주히피의 콜라보 앨범 [망원시장 인스타그램]

망원시장 : 우주히피 앨범

간식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저녁 생각에 대낮부터 설레고
야식은 오 뭘 먹을지 텅 빈 냉장고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 싶을 때

배고픈 사람들 지친 그대여 거기 친구도 모두 발을 맞춰요

나를 따라 와요 여기저기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이리저리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여기저기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우리모두 함께해요 망원시장 예~

장식이 없는 다정한 얼굴들
포장이 없는 주고받는 편한 인사에
미소가 오 넘쳐나는 오래된 골목길
익숙한 거리에 가득한 먹거리

배고픈 사람들 지친 그대여 거기 친구도 모두 발을 맞춰요

나를 따라 와요 여기저기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이리저리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여기저기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이리저리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여기저기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이리저리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여기저기 둘러봐요 망원시장
으로 따라 와요 이리저리 둘러봐요 망원시장으로 따라와요

정원엽 기자, 김하온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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