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본지식에 왜?라고 묻는 철학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장하석은 과학자인가 철학자인가. 엄격히 구분하면 철학자다. 박사학위도 철학이고 소속 학과도 그렇고. 그러나 과학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그의 학부 전공도 감안하면 과학자라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과학과 철학의 융합이 그의 지향점이다. 선배 과학철학자였던 칼 포퍼와 토마스 쿤의 장점도 융합하며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는 배터리 작동원리 탐구 중

『온도계의 철학』 이후 그가 맛을 들인 분야는 우리가 그냥 받아들이는 과학의 기본 지식이 사실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왔는가를 밝혀내는 일이다. 온도계와 물에 이어 그가 현재 진행 중인 세 번째 연구 주제는 ‘배터리’다. 우리가 배터리 없이 생활을 못하게 됐는데 배터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모른다. 배터리의 작동원리에 대해 19세기 내내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내역을 규명하려고 한다.

세계 과학철학계의 스타를 한국 대중에게 처음 알린 계기를 마련한 이는 서울인문포럼 배양숙 이사장이다. 2011년 가을 케임브리지대에서 ‘물은 H2O인가’를 주제로 장하석이 연 포럼에 배 이사장이 참석했다. 그의 강연을 들은 감동을 EBS측에 전달함으로써 12회의 특강이 국내에 선을 보이게 됐다. 배 이사장은 “EBS 특강 이후 강연 요청이 많았었는데 연구에 집중하겠다고 모두 사양하면서 ‘꼭 강연을 해야 한다면 서울인문포럼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그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