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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내버스 1년 만에 또 ‘스톱’ “시민의 발인데 시민편의 외면” 불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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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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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소속 전주 지역 시내버스 노조원들이 27일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본부 앞에서 부분파업 관련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민주노총 전북본부]

전북 전주의 시내버스가 지난해 9월 부분파업 이후 1년여 만에 또다시 멈춰섰다.

시내버스 391대 중 28% 멈춰서
노조 “임금 5% 인상, 체불임금 해결”
사측 “경영난 심각해…무리한 요구”

전주시는 27일 “민주노총 소속 전주 지역 시내버스 노조가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나흘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전국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데 동참한 것이다. 노사(勞社)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측과 임금 협상이 결렬된 것도 파업의 이유가 됐다.

전주시에 따르면 첫날 파업에 참여한 버스는 전일여객 71대와 제일여객 39대 등 총 110대다. 전주의 시내버스 391대 중 28%가 운행을 멈췄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출근 시간을 피해 정오부터 버스를 차고지로 돌리는 회차투쟁을 벌였다. 한국노총이 다수 노조인 호남여객·시민여객은 지난 9일 임금 협상이 타결돼 파업에 불참했다. 당초 이번 파업에 동참하려던 성진여객 시내버스도 정상 운행됐다. 성진여객의 경우 호남여객·시민여객과 함께 민노총이 소수파여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불법적인 파업이 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일여객·제일여객은 민노총이 회사 내 다수 노조로서 합법적인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다.

실제 전주시는 이들 3개 회사 버스기사들이 파업에 동참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임의 결행’으로 규정하고 버스 1대당 100만원씩, 한 회사에 최대 5000만원(50대)까지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압박해 왔다. 아울러 시에서 지원하는 보조금도 줄이겠다는 엄포를 놨다. 올해 전주시가 5개 시내버스 회사에 지원하는 예산은 총 167억원에 달한다. 적자 노선 보조금 91억원, 무료 환승 보전금 62억원, 전주·완주 요금 단일화 보전금 14억원 등으로 시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현재 노조 측은 전년 대비 임금 5% 인상과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정태영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사무국장은 “임금과 상여금이 한두 달씩 늦게 나오는 등 제때 나온 적이 드물다”며 “회사 경영이 어려우면 경영자가 사유재산을 출연해서라도 임금을 체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 회사들은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전주 지역 5개 시내버스 회사가 만든 전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조대호 과장은 “임금 2.8% 인상이라는 같은 조건인데도 임금협상을 끝낸 한노총과 달리 민노총에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지난 23일부터 버스 승강장마다 파업 안내문을 붙이고 아파트마다 방송을 내보냈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시민들은 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김모(69·전주시 송천동)씨는 “버스는 시민의 발인데 기사들이 자신들의 노동권만 생각한 채 정작 시민들의 편의는 외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를 집중 배치하고 벽지 노선은 한국노총 조합원이 운전하는 버스를 우선 배차할 계획이다. 전주시 송준상 시민교통과장은 “노사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임금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고 파업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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