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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2년 만의 전면파업, 인도에 밀린 한국 자동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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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동조합의 가을 ‘추투(秋鬪)’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전면파업을 실행했다. 2004년 이후 12년 만의 전면파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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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등에 반대하는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메트로노조, 부산지하철노조 등 전국의 철도·지하철 노조가 27일부터 연대파업에 돌입한다. 철도·지하철 노조가 공동파업에 나선 것은 22년 만이다. 파업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직원들이 열차시각 변경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전 조합원이 출근하지 않고 단합대회를 열었다. 23일 열린 26차 임금 교섭에서 임금안을 비롯한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한 압박 차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전주·아산 공장 생산라인이 모두 멈췄다. 노조는 27~30일도 매일 여섯 시간씩 부분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박유기 노조 지부장은 “회사 측이 임금 인상안을 포함한 추가 제시안을 내지 않는다면 향후 교섭은 없다”고 못박았다.

올 자동차 생산 세계 6위로 떨어져
기아차·르노삼성 노조도 관망 중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 임금협상 과정에서 19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생산 차질 규모 10만1400대, 피해 규모가 2조23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연이은 노조 파업으로 올해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파업을 자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4일 임금협상에서 ▶임금 월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조합원 1인당 18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잡정 합의안은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예년보다 인상 폭이 작다는 이유로 78%가 반대해 부결됐다.

현대차 파업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급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한국의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255만1937대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도 생산량(257만5311대)에 밀려 12년 만에 세계 자동차 생산 ‘빅5’ 자리를 내줬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현대차 전면파업 관련 산업부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는 명분 없는 지나친 파업을 철회하라”며 “현대차 파업이 수출 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어려운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도 추투를 이어가며 현대차 협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현대차와 임금 차별 철폐 등을 내걸었다. 르노삼성차 노조도 지난 7~8일 임단협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64%가 반대해 노사협상을 원점으로 돌려놨다.

한국GM 노조는 임단협은 타결했지만 사측의 마케팅 전략을 걸고 넘어졌다. 회사가 신차인 ‘더 뉴 아베오’ 10대를 온라인에서 시범 판매하자 노조가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접 판매를 늘리고 대리점 판매 시장을 침해했다.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사측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산하 노조도 성과연봉제 도입 등에 반대하며 연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성과연봉제는 기존 호봉제와 달리 직무·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공공·금융 부문 노동자 18만 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금융노조 총파업에 이어 27일엔 공공운수 노조가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무기한 전면파업이다. 철도노조 파업은 2013년 파업 이후 2년8개월여 만이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는 코레일과 서울·부산지하철 노조 등 전국 주요 도시 지하철 노조가 참여할 계획이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KTX와 수도권 전동·통근열차는 100% 정상 운행된다. 지하철 역시 출퇴근 시간의 운행시간 간격도 그대로 유지하는 등 평상시처럼 운행할 계획이다. 단 낮 시간 등 혼잡도가 낮은 시간대에는 운행률을 평상시의 80~85%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28일엔 국립의료원 등 51개 병원을 포함한 보건의료 노조 조합원 1만4000명이 파업할 계획이다. 29일엔 공사·공단 노조가 속한 공공연맹이 총파업을 벌인다. 화물연대도 파업에 가세해 육상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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