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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필리핀으로 도망친 살인범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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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5일 필리핀 세부의 한 콘도에서 검거된 `장의사 부부 살인사건` 용의자 강모씨

경기도 가평에서 발생한 잔혹한 살인사건의 공범이 16년 만에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장의사 부부 살해사건’의 공범 강모(47)씨를 지난달 5일 필리핀에서 검거해 지난 21일 국내로 송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 이모(49ㆍ구속수감 중)씨는 2000년 초 스탠드바 운영을 준비했다. 하지만 자금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같은 해 7월께 장의업을 하던 조모씨 부부로부터 남양주시에 있는 한 병원의 영안실 운영권을 얻게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씨는 “친한 친구가 병원 영안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속인 뒤 계약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1억1000만원을 받았다.

조씨 부부가 병원장과 정식계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했던 이씨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강씨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강씨와 함께 범행장소를 물색해 인적이 드문 야산을 찾아낸 다음 회칼,야구방망이,빨랫줄,삽 등을 준비했다. 이후 조씨 부부에게 “정식계약을 맺자”며 만난 뒤 수면제를 탄 녹차를 마시게 했다. 잠든 부부를 차에 태워 야산에 데려간 이씨와 강씨는 준비한 흉기로 두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범행 직후 이씨는 바로 검거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강씨는 수사망을 피해 달아났고 그후로 16년간 행적이 묘연했다. 자취를 감췄던 강씨의 흔적이 잡힌 것은 지난 4월의 일이다. 필리핀 세부에 경찰청 ‘코리안데스크’로 파견된 심성원 경감이 현지 교민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이 돌아다니는데 중범죄인 같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필리핀 도피 중범죄자 명단을 가지고 탐문한 결과 강씨가 가명을 쓰며 세부 막탄의 한 콘도에서 지낸다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심 경감은 필리핀 이민청에 검거를 요청했고 지난달 5일 강씨를 붙잡았다. 강씨는 한 달 여간 현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지난 21일 추방 형식으로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칫 미검거로 남을 뻔한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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