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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를 찍었다…정지선, 파크원에 ‘넘버원’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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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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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회장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덩치 키우기 경쟁에 현대백화점그룹도 뛰어들었다. 정지선(44)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꺼내 든 카드는 ‘서울 시내 최대 백화점’이다. 그가 점찍은 곳은 흉물로 방치돼 있던 서울 여의도 ‘파크원’이다. 파크원은 현대백화점을 품으면서 공사 중단 6년 만에 기지개를 켠다.

현대백화점, 27일 본계약 2020년 오픈
유통업계 오프라인 덩치 키우기 경쟁 가세
정 회장 “한국 핵심 랜드마크로 키우겠다”
6년간 방치된 72층 파크원 공사 11월 재개

현대백화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건설되는 대형복합시설 파크원에 2020년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파크원 개발시행사인 Y22와 27일 본계약을 체결한다. 지하 7층~지상 9층, 영업면적이 8만9100㎡(2만7000평)다. 수도권 백화점 중 영업면적이 가장 넓은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416㎡, 2만8005평)과 맞먹는다.

정 회장은 “한국의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며 이번 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을 말한다. 그만큼 사업 역량을 집중해 핵심 백화점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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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험 부담은 줄일 계획이다. 직접 건물을 짓지 않고 최대 20년 동안 임차하기로 했다. 임차료는 연간 30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코엑스몰 사업권도 검토했지만 매년 최소 600억원을 임차료로 내야 하는데 파크원은 연간 300억원이면 서울 최대 백화점을 열 수 있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임차로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는 대신 동양매직이나 SK네트웍스 같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와의 인수협상(M&A)을 시도한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이 출점을 결정하면서 파크원도 공사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크원은 지난 6년간 가림막 너머로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파크원 프로젝트는 2005년 통일교 재단의 4만6465㎡(1만4000평) 부지에 초고층 오피스 건물과 호텔, 쇼핑몰 을 짓는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2010년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이 시행사인 Y22를 상대로 지상권설정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내면서 공사는 멈췄고, ‘골칫거리 땅’이 됐다. 4년간의 소송전 끝에 2014년 대법원이 Y22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 재개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후 금융주관사로 NH투자증권이 뛰어들어 자금 수혈에 나섰고 공사는 포스코건설이 맡기로 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총 사업비 2조6000억원 중 NH투자증권이 2조1000억원을 조달한다”며 “공사가 중단되기 전 삼성물산이 23% 정도 공사를 진행했고, 앞으로 포스코건설이 나머지 77%를 맡아 완공한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11월 초 재개된다.

파크원에는 백화점뿐 아니라 오피스 건물 2개 동, 호텔도 함께 자리를 잡는다. 특히 파크원의 오피스 건물은 72층, 338m로 284m 높이의 국제금융센터(IFC)를 제치고 여의도 내 최고층 빌딩으로 자리매김한다.

현대백화점이 파크원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선택한 것은 접근성 때문이다. 도시고속화도로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인접해 있다. 서울·경기·인천을 오가는 40개 버스 노선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이 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 주말이면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 상권을 형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이 ‘서울 최대 백화점’ 타이틀을 들고 나오면서 유통 3사의 대형 복합쇼핑몰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최근 1조원을 투입한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하며 오프라인 덩치 경쟁을 촉진했다. 신세계가 교외형 복합쇼핑몰에 집중하는 사이 롯데는 도심(서울 잠실)을 공략했다. 롯데는 내년 초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연간 1억 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줄 수 없는 소비자 경험과 콘텐트가 오프라인 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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