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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곳곳에 균열 "공부하다 무너질까 무서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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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경주시 K초교 부속 유치원 건물의 2층 남자 화장실. 천장이 주저앉는 바람에 시멘트 벽돌 등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 건물 1층에서 유치원생들이 수업을 받았다. [경주=프리랜서 공정식]

19일 오전 10시40분 경북 경주시 K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칠판과 천장에 달린 선풍기 주변에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균열이 보였다. 출입문 주변에도 작은 균열이 여러 개 있었다.

예산 문제로 보강 작업 미룬 채
43개 초등학교 중 29곳 수업 강행
교육청 "골격엔 문제없다"는 말만
교사 "건물 상태 제대로 모르는 듯"
교육부, 23일까지 피해 현장 점검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학교 건물이 뒤틀리면서 생겨난 흔적이다. 균열이 생긴 교실에서 학생 18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이 학교 부속 유치원 건물 2층 화장실. 천장이 모두 내려앉아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진 시멘트 덩어리가 바닥에 수북했다. 복도 바닥과 벽, 교실 곳곳이 균열 투성이다. 학교 측은 2층 출입구 계단을 테이프로 막아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건물 1층엔 60여명의 유치원생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교 건물 외벽에도 지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외벽 타일이 떨어져 있고 콘크리트가 일부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다. 230여 명의 K초교 아이들은 균열이 간 건물 사이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이 등교한 이날 오전 9시17분에도 경주엔 규모 2.1의 여진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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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K초교 교실과 복도 등 건물 곳곳이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균열이 생겼다. [중앙포토]

경주 지진 이후 균열이 생긴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불안하게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12일 지진 후 13일 2시간 단축 수업만 했고, 곧바로 추석 연휴를 맞았기 때문에 사실상 지진 후 첫 수업이다.

이날 경주시 H초교 급식소 앞. 급식소 외벽은 지진 충격으로 길이 1m 이상의 균열이 나 있었다. 벽체 일부도 뜯겨져 있었다. 하지만 60여명의 H초교 아이들은 점심 때 급식소에서 밥을 먹었다. 단층 건물인 S초교는 지붕이 기와인데, 기와 일부가 파손된 상태였지만 교실에선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지진 다음날인 13일 지역 교육청 관계자가 나와 둘러보고 골격엔 문제가 없다고 해서 믿고 수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무섭다고 했다. H초교 2학년인 김모(9)군은 “교실과 복도 벽 곳곳에 금이 가 있어서 무너질까 무섭다”고 말했다. 이모(8)군은 “무섭다. 그래도 지진이 나면 가방을 머리에 쓰고 엎드리면 된다”고 말했다. 한 40대 여교사는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를 교육 당국이 아직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경주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경주에 있는 전체 43곳의 초교 가운데 29곳이 크고 작은 지진 피해를 입은 채 첫 수업을 했다.

지역 교육청은 교육부 예산 배정 문제를 거론하며 사실상 보강 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 경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보수는 지자체 지원이 없다. 그래서 교육부 예산 배정이 돼야 보강 작업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용석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본은 지진 후 학교 건물을 최우선으로 점검하고 보강 조치한다. 안전점검 전이라도 육안으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이용을 금지한다”며 “경주지역 학교도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 북구의 M초등학교가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 곳곳이 파손돼 19~20일 휴업에 들어갔다고 울산광역시교육청이 19일 밝혔다. 지진 피해로 울산에서 학교가 휴업한 것은 처음이다. 경주와 인접한 이 초등학교는 복도 벽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갈라지는 등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교육부 대책 마련=교육부에 따르면 지진으로 경북ㆍ경남ㆍ울산ㆍ부산ㆍ대구ㆍ전남의 학교와 교육 관련 시설 235곳이 벽이 갈라지거나 천장 마감재ㆍ조명등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교육부는 민관합동점검단을 구성해 23일까지 피해 현장을 점검한다. 이달 말까지 피해복구를 위한 특별교부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주ㆍ울산=김윤호ㆍ최종권ㆍ최은경 기자, 노진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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