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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서 기업총수로, 그리고 다시 파산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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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검사 출신으로 한때 재계순위 20위권 재벌 총수였던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7·수감중)이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단독 권창환 판사는 19일 현 전 회장이 2013년 주도한 기업어음(CP) 발행 사기의 피해자 남모씨 등이 낸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경매에 붙이려면 경매 비용을 먼저 납부하는 등 비용이 들지만 배당 가능성조차 가늠하기는 어려운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 전 회장 파산이 바로 이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채권자들이 파악한 현 전 회장의 보유 재산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주택과 지방에 있는 토지 등 부동산과 미술품 약 300점에 대한 경매 공탁금, 주식회사 티와이머니 주식 16만주 등이다. 현 전 회장은 금융기관 및 동양그룹 계열사 등에 약 3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날 선임된 파산관재인을 통해 현 전 회장의 재산 현황을 조사한 뒤 이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가(현금화)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계획이다.

현 전 회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중인 1970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했지만 동양그룹의 창업주의 고(故) 이양구 회장의 장녀 이혜경 전 동양매직 부회장과 결혼 한 이듬해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장인의 전폭적 신뢰 아래 34세에 동양그룹의 모 기업 동양시멘트 사장으로 발탁된 현 전 회장은 89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았다. 현 전 회장은 90년대 들어 동양매직을 설립하고 카드·투자금융 등 금융계열사를 공격적으로 신설·합병하면서 사세를 한때 재계 순위 20위 이내로 끌어 올리며 '성공한 사위 기업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계열사들이 타격을 입었고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과 시멘트마저 위기를 맞았다. 결국 현 전 회장은 2013년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상환능력이 없는 CP와 회사채 등 1조2958억원 어치를 개인 투자자 3700여명에게 판매하고 이 돈 중 일부를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7년형을 확정받았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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