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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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즈음 세간의 관심은 부천 경찰서의 여대생 성 고문사건이다.
성 고문이란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성적폭행을 가함으로써 여성을 수치심에 빠지게 해 자백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빚 받으러 간 유부녀가 성적인 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꿔준 돈 받으러 갔다가도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사랑을 했다가도 돈을 뜯기고 매까지 맞은 사건도 있었다.
왜 우리 사회에 이렇듯 성적인 폭행이 난무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성도덕이 이렇듯 문란해지고 이를 이용한 악랄한 수법들이 판을 치게된 것일까? 여성이 육체적으로 약하다하여 구타하고 위협하는 것도 문제시되는 판에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성적인 폭행까지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추행도 비난받아 마당한데 그러한 개인을 벌주고 계도해야 할 수사기관에서까지 성 특징을 약점으로 이용한다니 앞으로 우리 여성들은 어디에다 그 부당함을 고발하고 보호받아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이러한 일련의 여성에 대한 대우는 따져보면 여성을「한 인격체」로서 보다는 성적인 대상물로서 생각하는 가부장제 문화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현대의 상업주의 문화가 여성비하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있다.
가정용품 판매를 위해서도 여성을 벗기고, 영화도 여성을 많이 벗겨야 흥행에 성공한다하여 너도나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여성을 벗기고 있다.
그리고 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섹스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성을 빼면 장사가 안 된다. 모든 사회분위기가 이런 판에 제아무리 성인군자 연하는 남성이라도 어찌 유흥업소 출입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기생파티로 외화 획득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며 여성을 희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어떻단 말인가 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아무리 여성운동을 열심히 한다해도 남성들의 머리 속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이런 여성에 대한 비하 의식, 소유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여성문제 해결의 길은 멀고 아득하다.
그러나 남성들도 기억해둬야 할 것이 있다. 여성이 비인간화되는 사회는 똑같이 남성도 비인간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계향<여성 사회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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