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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부터 이어진 ‘포니카’ 시장의 영원한 맞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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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18면

카마로는 쉐보레의 간판 ‘포니카(Pony car, 조랑말 자동차)’다. 포니카는 미국에서 젊은 층을 겨냥해 내놓은 문 두 개짜리 날렵한 스포츠카를 뜻한다. 포니카의 원조는 1964년 4월 17일 뉴욕박람회에서 데뷔한 포드 머스탱이다. 이 스포츠카는 치밀한 기획의 결실이었다. 포드는 산뜻한 디자인과 패키징으로 ‘나만의 차’를 꿈꾸던 젊은이들 가슴에 불을 지피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인물 두 명이 나온다. 1세대 머스탱 개발 프로젝트인 ‘T-5’를 이끈 주인공은 당시 포드의 사업본부장 리 아이어코카. 그는 시장조사 결과 ‘날렵한 스타일링과 스포티한 성능, 값 2500달러 이하, 한 해 10만대 이상 팔 수 있는 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결과가 머스탱이다. 훗날 아이어코카는 크라이슬러로 옮겨 미니밴 열풍을 이끌었다.


경쟁사인 GM은 서둘러 대항마를 내놨다. 1966년 쉐보레 브랜드로 데뷔한 카마로가 대표적이다. 데뷔 이후 성적이 시원찮던 카마로에 힘을 실은 주역은 크라이슬러 출신의 GM 기술개발 이사 존 재커리 드로리언이다. 드로리언은 카마로의 부활로 혁혁한 공을 세운 이후 독립한다. 본인 이름을 딴 자동차 회사 DMC를 세우고,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와 유명세 탄 ‘DMC-12’를 만들었다.


60년대 중반 포니카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포드는 머스탱을 처음 선보인 이후 2년 동안 150만 대나 팔았다. 1966년형 모델의 경우 60만7568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쉐보레 역시 카마로를 출시하고 2년 사이 45만6000대 이상 팔았다.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는 포니카의 양대 산맥이었다.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하며 건강한 경쟁을 이어 왔다.


그러나 포니카의 열기는 73년 석유 파동과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못 박은 머스키법 도입 이후 서서히 식기 시작했다. 80년대 들어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일본 스포츠카의 영향도 컸다. 그나마 포드는 머스탱의 명맥을 꾸준히 이었다. 하지만 쉐보레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카마로의 생산을 중단했다.


포니카의 부활을 이끈 건 공교롭게 시작을 일군 머스탱이었다. 포드는 2005년 원조 머스탱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5세대 신형을 선보였다. 이른바 ‘레트로(retro) 디자인’이었다. 이 모델이 뜨거운 인기를 끌면서 GM도 카마로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했다. 그 결과 2006년 오랜 공백을 깨고 5세대 카마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과거 포니카는 골수팬으로 똘똘 뭉친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통했다. 코너링보단 대포알처럼 빠른 가속에 모든 것을 건 전형적인 미국 스포츠카였다. 안방 시장의 수요가 워낙 탄탄해 변화의 필요성 또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했다. 카마로와 머스탱 역시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장비를 얹고, 사이좋게 6세대 신형으로 거듭난 이유다.


김기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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