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 겪은 부산 울산 경남 주민들 뒤숭숭한 추석 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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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주시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추석 기간에도 여진이 계속되면서 인근 부산·울산·경남지역 사람들은 불안감 속에 한가위를 보냈다.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가족·친척들과 만나면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는지 안부부터 물었다. 특히 원전과 가까운 부산 기장군과 경남 양산시 등에서는 혹시 지진으로 인해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재앙’이 이곳에서도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사는 하모(38·여)씨는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지진은 처음이었다”며 “주변에 원전이 많은데 더 큰 지진이 발생하면 과연 안전할까 하는 우려에 경남 김해 등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과 울산 인근에는 고리1~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있다. 또 지난해 완공한 신고리 3~4호기도 시운전 중이어서 이 일대에 8기의 원전이 밀집한 상태다. 울산시 울주군에 사는 박모(54)씨는 “추석 연휴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면 지진 관련 이야기부터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워낙 오랫동안 원전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많아서 대부분 원전에 대한 안전은 크게 의심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나 이번에 큰 지진을 겪으면서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등도 이번 지진과 관련해 원전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최근 승인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철회하는 등 원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에서는 석유화학공단 등 위험물과 유독물을 취급하는 곳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울산시 남구에 사는 송모(55·여)씨는 “울산 남구는 울산의 대표적인 주민 밀집지역인데 인근에 석유화학공단 등이 있어 불안감이 크다”며 “이번에도 지진이 났을 때 저곳은 안전한가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모(37·여·김해시 장유면)씨는 “오늘 김해의 한 대형백화점에 갔는데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는데 혹시 지진이 난 것이 아닌가 해서 주변을 한참을 두리번 거렸다”며 “추석 연휴 기간에 저처럼 불안감 속에 연휴를 보낸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지역은 17일부터 제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이로 인해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항공기가 지연 운항을 하거나 뱃길이 끊기고 각종 교통사고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더욱 뒤숭숭한 한가위를 보내야 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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