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결혼하니?"…'명절 잔소리'는 전세계 공통의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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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언제 하니?”

취직 준비는 잘 돼가지?”

직장은 어디로 잡으려고?”

추석 명절 친척들과의 대화를 피하게 만드는 ‘잔소리 폭탄’이 한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외국인 유학생 중 절반 이상이 명절 때 ‘잔소리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과 인접한 아시아 지역 학생들의 경우 스트레스 지수가 더욱 높았다.

성균관대가 지난 7~9일 본교에 재학중인 유학생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5%(144명)이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취업·진로·결혼에 관한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입시·취업·직장 문제로 인한 명절 잔소리가 전 세계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란 의미다.

다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명절 잔소리 스트레스를 체감하는 비율은 대륙별로 편차가 있었다. 아시아가 215명 중 65.1%(140명)이 명절 잔소리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해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 학생들 중 78.8%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해 가장 높았다.

다음은 유럽-아프리카·남미-북미 순이었다. 유럽은 응답자 19명 중 4명(21%), 아프리카와 남미는 각각 5명 중 1명(20%)이 ‘그렇다’고 답했다. 북미는 9명 중 1명(1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유럽과 미주 학생 대부분은 “직계가족이 아닌 친척들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준다 하더라도 한국처럼 심하지 않다”고 답했다. 일부는 “신기한 사회적 현상”이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학생들마저도 한국의 ‘명절 잔소리 폭탄’에 대해선 대체로 ‘지나친 간섭’이라는 반응이었다. 성균관대 공대에 재학중인 스리랑카 국적의 A(31)는 “한국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특히 결혼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정말 심한 것 같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명절 잔소리를 ‘친척들끼리의 끈끈함을 알 수 있는 애정표현’으로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네팔 출신 유학생 B(33)는 “가족들이 인생사에 대해 결정을 함께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친척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한다는 의미같다”라고 말했다.

잔소리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추석기간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 역시 아시아 학생들이었다. ‘평소와 비교해 추석기간에 특히 더 자국이 그리운가?’는 질문에 아시아 학생 73%(157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북미는 66.6%(6명), 아프리카와 남미는 각각 40%(2명)가 ‘그렇다’고 했다.

유럽은 ‘그립지 않다’고 대답한 학생(13명)이 ‘그립다’고 대답한 학생(6명)의 두 배가 넘었다. 유럽에서 온 한 유학생은 “유럽은 20세가 지나면 워낙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가족과 있으면 좋지만, 스스로 선택해서 온 유학이기 때문에 여기 있는 동안에는 한국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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