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 오너가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차명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2008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8년 만의 일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이후 신속하게 전량 리콜 조치를 발표하며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기관 등이 사용 중단 조치를 내리는 등 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정면돌파 의지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 확산 진원지로 삼성서울병원이 지목된 후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함으로써 리더십을 입증한 바 있어서다. 또 도요타가 2009년 미국 대량 리콜 사태 당시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한 후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3년 만에 다시 세계 1위로 올라섰던 사례를 들어 삼성전자도 책임경영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의 삼성전자가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이번의 신뢰 위기에서 재빨리 벗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갤노트7 파문이 코스피 지수까지 흔들 정도로 삼성전자 문제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 삼성그룹 전체에서도 전자의 비중이 절반에 이르고, 전자에서 휴대전화의 비중이 큰 만큼 휴대전화의 위기는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혁신에 대한 고민도 서둘러야 한다. 이번 갤노트7 위기는 지금까지 성공해 왔던 방식, 즉 최첨단의 첨예한 하드웨어 경쟁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반도체·휴대전화에 이은 제3의 압도적 제품을 내놔야 하고, 애플의 생태계 전략처럼 단순 하드웨어만이 아닌 경쟁자가 추격할 수 없는 경쟁력을 찾아내야 새로운 도약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재용의 전면 등장이 단순한 그룹 승계 과정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과정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