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 이번엔 대북 제재에 제대로 동참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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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란의 핵 질주를 벌이는 배경에는 중국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중국 역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제재 논의 때마다 보다 약한 제재를 주장하고 제재 이행 여부에선 늘 불투명한 모습을 보여왔다.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도 중국은 ‘북한 인민의 복지’를 핑계로 북한의 민생 목적 광물 수출을 허용했다. 중국은 대북 원유 수출 제한도 항공유로 한정했다. 이른바 ‘구멍(loophole)’을 만들어 제재 효과를 반감시켰다. 중국의 6월 대북 교역액이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는 사실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북·중 관계를 그대로 대변한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국제사회의 일치되고 단호한 제재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전략 게임에 있어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북한은 이 같은 중국의 속내를 읽고 아무 거리낌없이 핵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실전배치 일보 직전인 5차 핵실험을 단행했음에도 중국의 태도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그저 ‘북핵에 반대하며 제재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 표명 정도다.

 중국 당국과 언론은 그제 “북핵 문제의 핵심은 미국에 있다”며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질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이 이번 핵실험을 불렀다는 일부 중국 언론의 본말이 전도된 보도다. 이처럼 북핵 억제에 역주행하는 듯한 행태를 볼 때 중국이 이번엔 또 어떤 논리를 내세워 유엔 안보리의 ‘중대한 추가 조치’ 계획을 무력화하려 할지 걱정스럽다. 중국은 북핵의 반작용으로 한국·일본·대만이 핵무장을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각오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제대로 동참해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21세기 아시아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올바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