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북한 핵실험에도 무덤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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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5차 핵실험에도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86포인트(-1.25%) 하락한 2037.87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동결과 삼성전자의 급락이 더 큰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ECB가 주요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하면서 추가 완화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가 미국 다우존스 지속경영가능지수(DJSI)에서 8년 만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폭락세로 출발했다.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이미 2030선으로 하락한 상태였고, 이후 추가적인 하락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6만4000원(3.9%) 하락해 160만원선 아래(157만5000원)로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 빠졌다는 악재가 장 출발 때부터 코스피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이후 북한 핵실험 악재가 추가되면서 반등할 여지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지수는 낙폭이 더 작았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41포인트(0.36%) 떨어진 664.99에 장을 마감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주가보다 더 민감하게 북한 핵실험에 반응했다. 한 때 전날보다 1% 가까이 하락하면서 1103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낙폭을 조금씩 줄이더니 결국 전날보다 5.8원(0.53%) 하락한 1098.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정부와 경제관련 유관기관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경제에 미칠 영향과 향후 파장을 논의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필요 시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즉각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수출입은행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북한 핵실험 가능성이 알려졌지만 증시와 외환시장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와 외국인 투자자, 주요 외신에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국내외 금융 및 실물경제 동향을 파악하는 24시간 점검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긴급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소집했다. 한은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정부와 협의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병철·이승호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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