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기상청 "4차 실험의 약 2배 규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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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진 발생 지역.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폭발 에너지 규모가 지난 1월에 실시했던 제4차 핵실험의 약 2배 규모라는 분석이 나왔다.

규모 5.04로 TNT 10킬로톤 수준
자연지진과는 다른 지진파형 보여
히로시마 원폭보다는 작은 규모

기상청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날 북한에서 관측된 지진은 인공지진으로 확인됐다"며 "지진규모(mb)는 5.04로 4차 핵실험 때의 규모 4.8을 비롯해 지금까지 핵실험 때 발생한 인공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의 인공지진 규모는 3.9이고, 2차는 4.5, 3차는 4.9, 4차는 4.8이었다.
기상청 김남욱 지진화산관리관은 "이번 인공지진 규모 5.04를 지난번 4차 핵실험 때의 4.8과 비교하면 폭발 에너지면에서 약 2배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를 TNT로 환산할 경우 약 10 킬로톤(kt)으로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15kt에 비해서는 다소 적은 규모이지만 4차 때 4~6kt보다는 약 두 배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기상청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이번 인공지진의 진앙은 4차 핵실험 때보다 동쪽으로 약 0.4㎞ 떨어진 지점이고, 지표면에서 약 700 m 깊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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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공 지진 비교 그래프.

이번 지진은 이날 오전 9시 30분 01초에 발생했고, 강원도 간성의 지진 관측소에서는 9시 31분 경에 처음 관측이 됐다. 이어서 속초, 서화, 양양, 화천, 인제 관측소 등의 순서로 관측됐다.
김 과장은 "각 관측소에서 관측된 지진파형을 분석한 결과, P파만 관측되고 자연지진에서 나타나는 S파는 관측되지 않아 인공지진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함께 방사성 핵종 검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류 분석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상청은 북한 인공지진 발생 1시간 뒤에야 공식 발표한 것과 관련 "남한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대해서는 5분 이내에 발표하지만 북한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자연지진이라도 20분 정도 분석한 다음에 발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0분 정도 정밀 분석을 한 뒤 자연지진이면 공개하고, 인공지진이면 관계부처와 협의를 한 뒤에 정식 브리핑을 통해 공개하도록 절차가 매뉴얼에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청와대 상황실에서도 실시간으로 지진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인공지진을 기상청에서 감지하는 즉시 청와대로 통보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사진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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