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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초에 한 대…기아차 멕시코 공장 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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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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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일데폰소 구아하르도 비야레알 멕시코 연방경제부장관이 기아차 멕시코 공장(아래)에서 생산되는 K3(현지명 포르테)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기아차], [사진 이상렬 특파원]

기업들의 글로벌 전쟁에선 반드시 잡아야 하는 승부처가 있다. 이른바 급소다. 요즘 자동차업계에선 멕시코를 그렇게 본다. 멕시코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와 중남미를 아우르는 길목이다. 멕시코에 안착하면 북미와 중남미의 보호무역 장벽을 뛰어넘는다. 멕시코가 이곳의 자유무역협정(FTA) 허브이기 때문이다. 미국·캐나다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해 49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북미·중남미 ‘FTA 허브’
전용철로도 깔아준 멕시코에
정규직 1만5000명 고용 선물

기아차가 그 멕시코에서 닻을 올렸다. 미국 텍사스에서 거리로 200㎞, 자동차로 3시간이면 닿는 멕시코 북동쪽 누에보레온주(州) 페스케리아시(市)에 기아차 공장이 들어섰다.

7일(현지시간)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78) 현대차그룹 회장은 감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기아차의 멕시코 입성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5위에 만족하지 않고 또 한 번 도약하겠다는 출사표다. 이미 GM·르노-닛산·포드·폴크스바겐·혼다 등은 멕시코를 생산과 수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 연간 340만 대를 멕시코에서 생산해 세계 각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이 무대에서 소외돼 있었다. 현지 공장은 없었고, 20%에 달하는 관세장벽에 가로막혀 진출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은 시장을 선점 중인 글로벌 경쟁자들의 급소를 겨눈 셈이다.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해 멕시코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수출할 계획”이라며 “자동차 생산의 세계적인 명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생산량의 20%는 멕시코에서 팔고, 80%는 80여 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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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가 투자된 공장은 연간 4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기아차 해외 공장 중에선 중국 옌청(鹽城·89만 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멕시코의 또 다른 강점은 임금 경쟁력이다. 멕시코의 자동차 공장 근로자 인건비는 시간당 3.3달러로 중국(4.2달러)보다도 낮다. 멕시코 연방·주정부는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투자와 공장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기아차 공장도 ‘3무(無)+a’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받았다. 500만㎡(약 150만 평)의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받았고, 전용 전력선과 전용 철로가 무상으로 설치됐다. 여기에 세금 감면이 더해졌다. 법인세는 물론 직원들의 소득세도 일정 부분 감면되는 내용이다. 또 기아차는 멕시코 현지 생산량 10%만큼의 물량을 무관세로 멕시코에 수출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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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K3(현지명 포르테). [사진 현대·기아차], [사진 이상렬 특파원]

멕시코도 얻은 게 많다. 기아차가 직접 고용하는 3000명과 협력업체가 뽑아 쓰는 1만2000명 등 1만5000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다. 모두 정규직이다. 멕시코 연방경제부장관인 일데폰소 구아하르도 비야레알은 “기아차는 멕시코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멕시코에서 중요한 기업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최신 공장답게 공장은 최첨단 시스템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차체 공장엔 300여 대의 로봇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용접 자동화율 100%를 과시했다. 시간당 생산대수는 68대. 53초당 한 대꼴로 K3(현지명 포르테)를 생산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성은 국내외 기아차 완성차 공장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페스케리아(멕시코)=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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