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누운 아이들 너무 고마워…"

"아픔과 고통 잘 견디고 이제는 따로 누운 아이들이 너무도 고마워 눈물이 납니다." 이틀 전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에서 분리 수술을 받은 샴쌍둥이 자매 사랑이와 지혜의 부모 민승준(34).장윤경(32)씨는 24일 오후 현지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閔씨는 "우리 가족에게 아낌없는 정을 나눠준 한국 사람들과 싱가포르 동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어머니 장씨는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들을 어서 안아보고 싶지만 아직은 감염 위험 때문에 바라보기만 할 뿐"이라고 했다.

장씨는 또 "하루 두세 차례씩, 그것도 잠깐밖에 보지 못하지만 지혜는 조금 편안하고, 사랑이는 많이 힘들어 보인다"며 "중환자실에서 튜브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아이들이 아직 많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閔씨는 "평범한 아빠로서 갑자기 샴쌍둥이가 태어나 아주 힘들었고, 나름대로 보건복지부나 수많은 의료재단을 찾아다니며 문의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절망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영국.싱가포르 등 해외의 샴쌍둥이 수술 사례를 찾아보다 연결된 싱가포르의 교회 관계자를 통해 신경외과 전문의 케이스 고 박사를 알게 됐다. 그와 e-메일을 주고 받다가 '아이들을 보고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박사의 말에 용기를 얻어 싱가포르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자매의 1차 수술비는 13만5천 싱가포르달러(약 9천1백만원)였으나 의료진 16명 전원이 치료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현재까지 재료비 등으로 5천만원 가량이 들었다. 그러나 향후 재활치료 과정에 들어갈 비용이 10억원 가량으로 예상돼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 함께 나온 케이스 고 박사는 "사랑이와 지혜는 아직 편안할 정도로 정상상태를 회복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회복 중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주말께는 이들 자매의 상태가 훨씬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閔씨는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겠다"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싱가포르=홍혜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