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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진해운 사태, 정부 책임 없다는 최경환의 적반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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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정부책임론을 공개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그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포퓰리즘 문화가 정부 관료의 유능함을 감춰 버리는 게 문제”라며 “정책당국이 막무가내식 책임 추궁을 당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액면만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 본인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로 재임하던 지난해 10월 안종범 경제수석·홍기택 산업은행장(당시) 등과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당시 5조원 넘는 누적적자에 허덕이던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이 내려졌다. 대우조선은 천문학적 부채를 분식회계로 감춰 왔고, 회생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였는데도 거액의 혈세를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 전 행장은 퇴임 뒤인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최 전 부총리·안 수석으로부터 정부의 결정을 전달받았고, 나는 들러리에 머물렀다”고 폭로했다. 내각·청와대의 경제 최고책임자가 심각한 부실을 알았으면서도 담당 은행을 제쳐놓고 자금 지원을 밀어붙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서별관회의도 정부의 공식회의인 만큼 회의록을 만드는 게 관행인데도 이들은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이렇게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의사결정에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당국은 부실 기업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 자체를 꺼리게 됐다. 우리 산업의 동맥인 물류업계 대표주자인 한진해운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방치한 끝에 대형 참사를 맞은 건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런 만큼 최 전 부총리는 한진해운 사태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에 응해 서별관회의에 대해 해명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뒤에 숨어 포퓰리즘 타령이나 하는 건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할 말이 있다면 당당히 청문회에 나와 민·관·정이 합작해 천문학적 혈세를 날린 대우조선 사태에 왜 책임이 없는지부터 설명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