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활황과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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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초이래 지속되고 있는 증권시장의 활황은 6월 들어 연일새 기록을 세우면서 주가가 급등, 사상 최대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도 사상최고인 250을 돌파했고 거래량도 연일 5천만주를 상회, 26일에는 무려 7천만주를 넘어섰다.
이 같은 올해 증시의 폭발적 장세는 내외경제의 복합적인 호재들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전망도 없지 않다.
올해 증시전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여러 갈래의 시각이었을 수 있으나 대체적인 중장기전망으로는 낙관적·고무적인 폭으로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훨씬 많다.
정부가 여러 차례 내외에 공표한 자본자유화가 그 첫째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이른바 3저의 여건호전과 이에 따른 국내외 경기회복이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상대적인 투자수익률 전망에서 다른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에 비교할 때 유리한 측면이 과거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점이 중요한 배경을 이루고 있다.
증시활황의 최대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자본자유화는 이미 그동안의 2단계 조치만으로도 외국투자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큼 국내증시와 깊은 상관 관계에 있다.
지난해부터 착수된 국내 기업의 해외증권 발항과 외국인의 제한적인 투자허용에 대해 집중된 관심과 투자는 그만큼 국내 주가수준이 낮고 국내 증시의 수익률 전망이 높다는 단적인 표현이다.
일본의 경우도 제4차 자본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그때마다 폭발적으로 활황을 나타낸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원용되는 주가수익률(PER)의 국제비교에서도 그렇고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GNP 대비률도 아직은 외국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호재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발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반과 제도, 정책운영이 그것을 조화있게 조절하지 못하면 언제나 큰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이 또한 증권의 생리이기도하다. 국내 증시의 최대 약점은 무엇보다도 시장기반이 약한 점이다.
투자자의 점증하는 관심을 포용할 투자대상이 너무 제한되어 있는 데다 상장주식의 상당수가 투자대상으로서의 자격을 제대로 못 갖춘 불량 주식들이다. 재무구조나 수익성·안정성 등 어느 모로 봐도 적격투자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주식들이 너무 많다. 이 같은 취약한 기반 위에서는 투자가 약간만 몰려도 이내 과열되거나 폭락하는 파동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증시의 기반 취약이 파동을 낳고 그로 인해 건전한 장기 투자가보다는 단기적 투기가들을 쉽게 불러모으는 것이 과거의 상례였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여러 호재가 겹쳐 생겨난 증시의 장기적 발전요인들을 투기와 파동으로 무산시키지 않는 노력이며 그것은 증시의 저변을 넓히고 안정적 투자인구와 투자대상을 확대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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