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도로 등이 내려앉는 싱크홀이 잇따르고 있지만 주원인인 지하의 낡은 하수관 교체공사는 더디기만하다. 부산시 예산이 부족한데다 국비마저 제때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8300여㎞ 중 58%가 20년 이상
교체 시급 노후 관로만 134.5㎞
국비 확보 쉽지 않아 지연 불가피
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5년(2011년~2016년)간 부산 도심에서 총 33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원인별로는 10건(30%)이 공사 과정에서의 다짐불량이었고, 23건(70%)이 노후 하수관의 파손 등으로 나타났다. 싱크홀 발생 빈도는 최근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싱크홀이 지난 5년간의 절반 가량인 16건이나 된다.
부산시내에는 우수관로(빗물+생활하수)와 오수관로(대·소변 오염수)를 포함한 하수관로가 총 8300여㎞ 매설돼 있다. 이 중 20년 이상 노후 하수관은 4780㎞(58%)에 이른다.
특히 시가 이 가운데 교체가 시급하다고 판단하는 노후 관로는 134.5㎞이다. 이런 노후관에서 하수 등이 새면 주변에서 언제든지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오전 7시쯤 동래구 사직동 사직여고 앞 도로에 가로 5m, 세로 4m, 깊이 5m 크기로 생긴 싱크홀이 대표적이다. 이 싱크홀은 싱크홀 아래 지름 600㎜의 하수관에서 샌 생활하수로 토사가 유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평일 출퇴근 시간에 발생했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시민 정모(33)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땅이 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교체가 시급한 노후관(134.5㎞)을 2020년까지 교체할 계획이다. 필요 예산은 1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국비 확보가 쉽지 않아 교체가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 내년도 분으로 요청한 국비 54억원도 15억원 정도만 반영될 전망이다.
시 생활하수과 관계자는 “다른 사업의 국비 지원 비율은 절반 수준이나 노후관 정비 사업은 30%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부산 북·강서갑) 국회의원은 “노후관 누수로 인한 싱크홀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이어서 국비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