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사오정] 기념사진도 못 찍는 20대 국회

중앙일보

입력

오늘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이날은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들은 다음 국회 본청 계단에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합니다. 20대 국회를 잘 이끌고 가자는 다짐을 하는 자리기도 하지요. 그런데 기념사진 촬영은 무산되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가 문제가 됐습니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여여간 견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해야 하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드 배치도 반대했습니다. 정의장은 "국회의장은 영어로 스피커(Speaker)"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로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위와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당은 처음엔 당황한 듯 하다가 나중엔 큰 소리로 항의했고 이어 우루루 본회의장을 떠났습니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 당적을 갖지 않는 국회의장이 야당 측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을 열고 의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국회의장 사퇴결의안을 채택해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습니다.

글=최정동 기자, 사진=오종택·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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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편이니 기념사진 촬영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야당 의원들만 국회 계단에 도열해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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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 오른쪽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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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촬영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끝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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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국회 기념촬영은 일단 `연기`되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야가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조만간에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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