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갈등 불똥 튄 조윤선 청문회…야당 단독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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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31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가 파행했다. 야당이 단독으로 청문회를 진행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누리과정 야당 단독처리에 반발
새누리, 두 차례 정회 뒤 전원 퇴장

오전 10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청문회장에는 새누리당 의원은 보이지 않고 야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의 단독처리에 반발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30여 분 후 청문회장으로 들어온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는 시작하지 않고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유 위원장이 아랑곳하지 않고 야당만으로 청문회를 강행하려 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저지에 나섰다. 더민주 의원들은 “청문회는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맞섰다. 그러면서 양측 간에 “(의장) 마이크 뺏어버려라”(새누리당 이은재 의원), “닥치세요. 창피해 죽겠어”(더민주 손혜원 의원) 등 막말이 오갔고 청문회는 두 차례나 정회됐다.

오후 2시, 청문회가 속개됐지만 여당 의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예정 시간보다 5시간이 지난 오후 3시가 돼서야 여당 측이 전원 퇴장한 채 ‘반쪽’짜리 청문회가 시작됐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는 청문회 파행을 놓고 상대 측에 책임을 돌렸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유 위원장이 여당을 향해 ‘버릇을 고치겠다’는 등의 막말을 퍼붓고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민주 관계자는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조윤선 구하기’에 나선 것 같다”며 “의도적으로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재산과 지출 내역 등을 문제 삼았다.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2013년 이후 매년 평균 5억원가량을 소비했지만 이와 관련된 지출 내역이 명확하지 않다고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언론 등에서 내가 소비했다고 추정한 돈에는) 지방세 등이 공제되지 않았고, 해외 유학 중인 두 딸에게 송금한 내역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를 빼면 (소비액이)한 달에 2000만원 정도인데, 생활비와 변호사인 남편 사무실의 운영비, 제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쓴 카드 대금 등”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학비에 대해서는 “학기당 등록금 2만5000달러, 집세로 매달 4000달러 등이 송금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민주 김민기 의원은 “이를 감안해도 지난 13년간 136억원의 가처분 소득이 어떻게 쓰였는지 잘 소명되지 않는다”며 “외환거래 내역과 통장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유은혜 더민주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1998년과 2000년에 매입한 서울 반포동의 아파트 두 채를 각각 2006년과 2015년에 팔아 27억54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조 후보자는 “앞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사과했다.

글=유성운·채윤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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