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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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타」자의 어원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상형글자를 풀어보면 손톱, 발톱을 의미하는「조」조)자와「여」자로 이루어져 있다.
손톱, 발톱에 매니큐어라도 바른 미인쯤을 연상할 수 있지만, 옥편 어느 구석에도 그런 설명은 없다.
중국 자전을 보면「타」자를「위」와 같은 글자로 풀이하고있다.「위」자라면 그럴듯한 뜻이 많다. 맘에 든든하다, 맡긴다, 쌓아 올린다는 의미다.
어떤 한자학자는 수라고도 해석하고 있다. 서로 부탁한다는 뜻이다.
타협이라는 말은「타」자의 알 듯 모를 듯한 의미에 비해 뚜렷한 뜻을 갖고 있다. 양쪽이 서로 좋도록 협의한다는 말이다.
영어의「콤프러마이즈」라는 단어는 그 어원이 분명하다.「콤」(com)은「함께」라는 뜻이고「프러마이즈」는 약속한다는 뜻이다. 콤프러마이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뜻이 분명하다.
「타협」이 서구식 문제 해결 방식이라면, 동양식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장유유서」의 전통적 덕목에 익숙한 사회에선 타협보다 설득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되어왔다.
엊그제 우리 나라 여야대표는 모처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고, 공동발표문을 내놓으며「대 타협」이라는 말을 썼다.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는 개헌협상이었으니「타협」만으로는 부족해「대」자를 하나 더 얹은 것 같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기술이 있다면 바로 콤프러마이즈다. 미국의 어느 하원의원도 우리 나라 정정을 얘기하며「창조적(creative)타협」을 권고했었다. 이를테면「대 타협」을 미국식 정치 수사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동양에도 타협의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논어』에 나오는 얘기다. 어느 날 자장이 공자에게 물었다.『선비는 어떻게 하면 통달할 수 있습니까』
『…참으로 통달한 사람은 질박·정직하고(질직), 정의를 사람하고(호의), 남의 말을 깊이 살펴 이해하고(찰언), 또 남의 표정이나 감정을 잘 살피고(관색), 신중한 태도로 남을 겸손히 대하는(여이하인) 것이다』
공자는 계강자에게도 비슷한말을 했었다. 정치인의 조건으로 과단(과), 통달(통), 재간(예)을 든 것이다.
오늘의 정치가 공자 말씀대로 될 수는 없지만, 「대 타협」을 위해서는 모두 귀담아 들어 둘 만한 얘기들이다. 우리 나라 정치인들이 과연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과」와「통」과「예」를 갖추고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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