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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투자유치 급물살 “5년 내 IPO 기업 나올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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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호 20면

26일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서 SK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가 여성 관람객에게 ‘이지벨’의 안면 3D 제작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단 1~2분 만에 초고화질(UHD)급의 입체 디지털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데이터로 자신의 얼굴을 게임이나 가상현실(VR)의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지벨은 올 6월 차이나유니콤으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았다. 김경빈 기자

스마트폰 동영상 촬영 기능으로 얼굴을 5초 정도 돌려서 찍는다.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PC모니터에 3D로 모델링된 피사체의 얼굴이 드러났다. 얼굴의 굴곡은 물론 잔주름과 땀구멍까지 실물과 똑같다. 실물 수준의 3D 모델링을 얻는데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한 대와 단 1~2분의 시간뿐이다. 이 기술이 앞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 성형외과에선 더 이상 고가의 안면윤곽 촬영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의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수술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회사인 ‘이지벨’에는 유명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지포스 출신의 엔지니어가 참여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SK가 주축이 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보육기업 드림벤처스타’ 2기 기업으로 지정됐다. 기술·행정적 지원은 물론 선배 창업자들로부터 멘토링도 받았다. 6월엔 상하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도 참여해 중국의 국영 통신회사인 차이나유니콤으로부터 투자 제의도 받았다. 박도용 SK 전략기획 부장은 “얼굴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사용자가 게임이나 가상현실(VR)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국방·로봇 등 산업·안보 분야까지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6일 서울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 앞 광장에서 열린 ‘창조혁신센터 페스티벌’. 광장길 양 옆으로 늘어선 전국 17개 지역의 혁신센터 부스엔 70여 곳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지난 2년간 갈고 닦은 성과를 홍보했다. 벤처기업인과 예비창업자·대학생 등 1000여 명이 몰려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아이디어에 주목했다. 체육관 안팎에선 문화 공연과 각종 강연, VR 에어글라이더 등 체험 행사가 벌어졌다.


 박 대통령 “추격자 아닌 선도국으로 나서야”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는 도전과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글로벌 생존 경쟁 속에 추격자로 머물러선 안 되며 선도국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는 혁신센터의 인큐베이팅을 토대로 해외진출을 일군 기업을 집중 조명했다. 정부는 지난해를 혁신센터의 초석을 닦는 해로, 올해를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두는 해로 정했다. 무럭무럭 자란 일부 스타트업은 벌써 해외 진출 단계에 들어섰다.

자료: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실

HD급 영상을 송출하는 소형 레이저 프로젝터를 개발한 ‘크레모텍’의 경우 미국·일본의 통신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이 프로젝터는 유선 통신과 비슷한 수준인 10기가bps(bit per second)의 속도로 무선 데이터를 전송한다. 덕분에 화질이 좋고 영상 끊김이 없다. ‘트라이패스’는 온라인 마케팅 구축 기술을 개발해 국내 8개 화장품 벤처와 연계,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혁신센터의 수출기업 수와 수출 규모는 지난해 36개사, 254억원에서 올 5월 말 기준 54개사, 660억원으로 반기도 채 안 돼 2배가량 뛰었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성숙해졌음은 투자에서도 알 수 있다. 혁신센터는 2014년 9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285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스마트 줄자를 개발한 ‘베이글랩스’가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를 통해 135만 달러(약 15억원)의 투자를 끌어냈다. 해외 50여 개 국으로부터 2만여 개 제품판매 예약도 받았다. ‘시리우스’는 스마트폰을 화재감시와 야시경 용도 등으로 쓸 수 있는 적외선 이미지 카메라 기술을 개발해 32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혁신센터를 본격 가동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풍성한 성과다.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 등 9개사는 45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도 밝혀 찬사를 받았다.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은 “5년 내에 기업공개(IPO)나 1~2년 내에 코넥스 상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 높은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국내 벤처펀드는 2조6260억원이 조성돼 2조858억원이 투자됐으며, 올 상반기에만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조6682억원이 모였다.


전국 17개 혁신센터는 2014년 9월 이후 1175개(12일 기준)의 스타트업과 1664개의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또 혁신센터가 보육한 창업기업은 1606억원의 매출 증가와 1360명의 신규 고용 창출을 일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 부재를 상당 부분 보완한 셈이다. 정부는 창업 생태계가 성숙해지면 스타트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성장-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성장-재투자’ 선순환 구조 정착 기대혁신센터마다 대기업이 참여해 기여한 바도 크다. 대기업은 마케팅과 재무관리·영업 등 스타트업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해외 시장 진출을 주선했다. 통신사업자의 경우 육성한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을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홍보해주고, 자동차 등 장치산업은 협력사 양성을 목표로 신생기업을 집중 육성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장난감인 스마트 펫토이를 개발한 ‘패밀리’는 9월 초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데, SK텔레콤은 여기에 직접 현물 출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지역별 특성과 전담 기업의 강점을 살려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혁신센터의 특징이다. 대구(삼성)는 패션, 대전(SK)은 모바일·창조, 전북(효성)은 탄소소재·농생명, 광주(현대자동차)는 수소차, 충북(LG)은 뷰티·바이오, 부산(롯데)은 유통·영화, 인천(한화)은 물류, 충남(한화)은 농수산 명품화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 영향으로 2012년 1222개였던 전국 대학 창업동아리 수가 지난해 4070개로 불어나는 등 사회 분위기도 좋아졌다.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9만3768개로 전년(8만4697개)대비 10.7% 증가했다. 올 상반기 신설법인 수는 4만8263개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 창업에 관심이 있다는 고려대 재학생 김민재(24)씨는 “일반인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성공할만한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다”며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접목한 ‘버드레터’란 서비스에 흥미가 갔다”고 말했다.


공익 목적을 위한 창업도 주목받았다. 대전 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은 ‘문화유산기술연구소’의 경우 관람객이 직접 만질 수 없는 문화재를 3D 모델링화 했다. 연구소의 김지교 대표는 “나주박물관을 비롯한 국내 박물관·공공기관은 물론 뉴욕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우즈베키스탄의 아프라시아브 박물관 등 세계 각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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