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만 달라"했지만…졸업식 축사 못한 이대 총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26일 열린 졸업식에서 준비한 축사를 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이날 이화여대 강당에서는 오전 10시부터 201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국민의례, 찬송가 제창, 성경 봉독, 기도까지 진행되던 행사는 최 총장의 축사 때 중단됐다.

최 총장이 강단에 서자 본관을 점거 중인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2층에서 야유와 함께 "해방이화" "총장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황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최 총장은 구호가 5분 여간 계속되자 축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내가 너무 시끄러워 축사가 들리지 않자 최 총장은 "5분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단상을 내려왔다.

그는 "제 마음은 스크린(축사 자막)으로 대신하겠다"면서 축사를 화면으로 갈음했다.

스크린을 통해 최 총장은 "최근 학내 사태에 대해 이 자리에 계신 학생 여러분, 그리고 학생의 안부와 학교를 걱정하셨을 학부모님들께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무엇보다 이화 구성원 간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도 총장으로서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대학의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현안을, 촉박한 시일 내에 처리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구성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를 확인하고 수렴하는 일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본관 점거 학생들은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졸업식에 많은 정치세력이 온 것으로 안다.졸업식에서 계획된 모든 단체 행동 등은 어떤 정치 세력과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