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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가짜 세금계산서 판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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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반기 부가가치세 신고 마감일(25일)을 앞두고 세금을 빼먹기 위한 불법 자료상 거래가 판을 치고 있다.

전자상가나 의류상가.중고차 매매상가.음식점 등 현금 거래가 많은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허위 세금거래서를 매입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전과 의류 소매점들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세금을 제대로 낼 경우 가격 경쟁력이 없어 불법 거래에 동참하고 있다. 자료상을 통한 허위 세금계산서 매입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한정돼 있는 데다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유혹에 빠지고 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의 경우 연 10억원의 매출에 재료비와 인건비 등으로 7억원을 써 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면 부가가치세 6천만원과 소득세 1억원 등 1억6천만원을 내야 한다.

A씨는 자료상을 통해 허위 세금계산서 2억5천만원을 1천만원에 매입해 부가세에서 추가로 2천5백만원의 매입세액 공제를 받았다. 한해 벌어들인 순수입도 3억원이 아닌 1억원으로 줄어 1천만원의 소득세만 납부했다.

A씨는 자료상 거래를 통해 1억1천5백만원의 세금을 탈루했으며, 개인적으로 1억5백만원을 줄일 수 있었다.

개업 세무사 李모씨는 "세무 대리를 맡고 있는 1백개 법인과 개인 사업자 중 90개 이상이 많든 적든 허위 세금계산서로 세금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일부는 무작정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해 허위 세금계산서라도 갖고 오라고 일러주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에서 컴퓨터 판매점을 운영하는 K씨는 "마진이 매출의 1~1.5%에 불과한 상황에서 세금을 제대로 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며 자료상 거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전자상가나 의류상가에서는 신용카드로 대금을 받았다가는 수수료(3~4%)도 안 나오기 때문에 카드 결제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최근 지방국세청에 자료상 조사를 전담하는 광역조사전담반을 만들어 허위 세금계산서 거래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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