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면접관이 출신학교 물었다" 한예종 입시 부정 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 과정에서 면접관이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최근 입학시험 부정행위 논란이 일었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입시 전형 과정 중 구술시험(면접)에서도 면접관이 입시 규정을 어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인천의 미술 입시학원 김모(48) 원장은 "과거에도 한예종 입시전형 중 면접관이 수험생들에게 출신학교를 물어보는 등 부당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무대미술과 2차시험에서 면접관이 규정 위반
평가 객관성 유지 위해 출신학교 비공개가 원칙
"실기시험에선 휴대전화 부정행위 막지 못해"

문제가 불거진 건 2015, 2016학년도 한예종 연극원 무대미술과 입학시험 과정에서다. 2014년 8월에 치러진 2015학년도 2차시험은 1차 합격자 50명을 대상으로 실기와 구술(면접)로 나눠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한예종은 매년 입시를 진행할 때마다 수험생들에게 배포한 안내문 중 수험생 준수사항에서 '출신 학교나 학원을 알 수 있는 교복 및 개인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복장 착용을 금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면접관들이 특정 학교 출신자에게 혜택을 주는 등의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에도 이름이나 학교 등 인적사항이 드러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한예종이 수험생에게 배포한 안내문에는 출신학교 노출을 금지하는 항목이 강조돼있다. [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하지만 입시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규정을 어긴 건 면접관이었다. 당시 김 원장이 가르친 학생 3명이 2차 시험을 치렀는데 학생들은 구술시험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이 "어느 학교 다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3명 모두 같은 면접관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듬해(2015년) 입시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 원장은 "당시에는 학생들의 말을 듣고 이상하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작년 입시에서 2차 시험을 치른 제자 한 명이 또다시 면접관에게 출신 학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학교 측이 정한 인적사항 비공개 원칙을 면접관이 어긴 것이고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면접관 의도라면 명백한 부정행위"

수험생의 학교를 공개하지 않는 건 거의 모든 입시 과정에서 불문율이다. 출신 학교가 노출될 경우 선입견으로 인해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예종이 수험생이 준수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첫 번째로 신원 노출을 못하도록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생들에게 강조한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김 원장은 "한예종 입학생 중 특정 학교 출신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면접관의 규정 위반이 관련돼 있을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출신 학교 질문이 면접관의 의도된 것이었다면 명백한 입시 부정행위"라고 말했다.

한예종은 이달에 진행된 2017학년도 입시에서도 허술한 시험 관리 문제로 수험생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8일 태릉선수촌 핸드볼경기장에서 치러진 무대미술과 1차 실기시험에서 일부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험 주제에 관한 정보를 몰래 얻었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수험생 600여 명이 4시간30분 동안 동시에 치르는 대규모 시험이었지만 감독관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시험장 출입 등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수험생들의 재시험 요구에 대해 학교 측은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합격자 발표와 2차 시험 등 예정대로 전형을 진행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