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라도나 vs '日의 오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23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한.일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을 지켜본 양국 축구팬들의 시선이 최성국(20.울산 현대)과 오쿠보 요시토(21.세레소 오사카)에게 모아졌다. 두 선수는 마치 쌍둥이처럼 모든 점에서 흡사하다. 이들은 단신(최성국 1m70㎝, 오쿠보 1m68㎝)에다 스무살 생일을 갓 넘긴 점에서부터 축구실력과 그라운드에서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닮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성국은 2002년 3월 1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 청소년축구대표팀(19세 이하) 간 친선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뛰어난 발재간과 근성으로 상대 수비를 맘껏 유린하는 모습은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마라도나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오쿠보가 국내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5월 31일 일본에서 벌어진 한.일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였다. 후반 20분 스즈키와 교체된 오쿠보가 스프링처럼 퉁겨나가는 순간 스피드로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수비수들을 따돌리며 볼을 낚아채는 모습에 넋을 잃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젊은 오쿠보의 활약이 이날 패배의 유일한 위안거리"라며 오쿠보에게 '일본판 마이클 오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최성국과 오쿠보는 현재 나란히 K-리그와 J-리그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최성국은 7골, 오쿠보는 8골을 기록하며 팀의 주전자리를 굳힌 상태다.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주전도 노리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맡은 역할도 비슷하다. 최성국은 1m85cm의 정조국의 뒤에서, 오쿠보는 1m83cm의 나카야마를 앞세우고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약한다. 두 선수 모두 스트라이커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거나 여차하면 자신들이 직접 골문을 열어젖히는 임무를 똑같이 부여받았다.

최성국은 언론들이 오쿠보와 자신을 비교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경기가 벌어지기 전 "이번 한.일전에서 올림픽팀 데뷔골을 터뜨리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최성국은 이미 지난해 4월 7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덴소컵 2002 한.일대학선발팀 친선축구대회'에서 일본 수비수들을 농락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데 이어 동점골까지 뽑아낸 적이 있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