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새로운 공격 경로 확인…소뇌와 뇌들보도 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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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가 뇌 손상이 발생한 아이. 지카 바이러스는 대뇌피질 뿐만이 아니라 소뇌 등도 손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방사선학회지]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의 새로운 공격 경로가 확인됐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방사선과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된 임산부의 뱃속 태아 45명을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해 조사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로 인한 뇌 손상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가 대뇌피질 형성을 억제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뇌들보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했다. 뇌들보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 중간에 있는 신경 다발이다. 뇌들보가 파괴되면 좌뇌와 우뇌가 협업할 수 없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 지카 바이러스는 뇌기저핵 손상도 가져왔다. 뇌기저핵은 뇌의 피질과 백질을 연결하는 부위다. 의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뇌혈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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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로 뇌 손상을 입은 태아를 촬영한 MRI 영상. [미 방사선학회지]

연구팀은 또 MRI 영상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소뇌를 손상시키는 사실도 확인했다. 소뇌는 운동 및 균형감각을 관장한다.

출생 당시 소두증을 보이지 않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기라도 성장함에 따라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드보라 레빈 하버드대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가 출산한 아기의 경우 출산 이후에도 이상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며 “지카 바이러스는 뇌 형성 뿐만이 아니라 뇌가 형성된 다음에도 특정 부위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방사선학회지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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